ChatGPT와 미드저니로 72시간 만에 동화책 출판…예술계 거센 반발
12월 미국의 한 기획자가 ChatGPT로 글을 쓰고 미드저니로 삽화를 만들어 72시간 만에 동화책을 출판했다. 그러나 제작 과정을 공개한 직후 데이터 무단 학습과 표절을 지적하는 예술가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생성형 AI 창작과 저작권 보호 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친구 딸에게 읽어줄 동화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가벼운 호기심이 거대한 소셜 미디어 폭풍으로 번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핀테크 기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인 매니저로 일하는 Ammaar Reshi의 이야기입니다.
일러스트나 창작 글쓰기 경험이 전혀 없었던 그는 기술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그는 OpenAI의 ChatGPT를 이용해 기술의 세계를 배우고 싶어 하는 소녀 앨리스와 로봇 친구 스파클의 이야기를 썼습니다. 삽화는 이미지 생성 AI인 Midjourney로 제작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단 72시간이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아마존의 디지털 서점에 책을 등록했고, 이튿날 아마존 KDP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인쇄된 종이책까지 손에 쥐었습니다. 기존에 결제해 둔 Midjourney의 월 30달러 구독료를 제외하면 제작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속도에 감탄한 Reshi가 이 경험을 트위터에 공유하자, 트윗은 순식간에 2000개 이상의 댓글과 5800회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했습니다.
새벽 4시에 쏟아진 욕설과 도작 논란
하지만 찬사는 하루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새벽 4시, Reshi는 2분마다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림에 잠을 깼습니다. 화면에는 비난과 함께 그를 향한 인신공격성 트윗이 가득했습니다.
반발의 중심에는 시각 예술가들이 있었습니다. 창작자들은 Midjourney 같은 이미지 생성기가 원작자의 허락 없이 온라인의 예술 작품들을 무단 학습했으며, 사용자가 특정 작가의 이름을 프롬프트에 넣어 화풍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Lensa AI의 아바타 기능이 큰 인기를 끌며 촉발됐던 AI 저작권 침해 논란의 불씨가 Reshi의 프로젝트로 옮겨붙은 것입니다.
논란에 대해 Midjourney 설립자 David Holz는 Insider에 자사 서비스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중 상업적으로 쓰이는 비율은 극히 일부이며 거의 대부분 개인적 용도라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학습 데이터 역시 인터넷 전반을 긁어모은 것이며 대부분은 단순한 사진 데이터일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품질에 대한 혹평도 이어졌습니다. 아마존 리뷰에는 글이 지나치게 딱딱하고 그림 속 손가락 모양이 기괴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극단적인 5점과 1점 평점이 단기간에 몰리자 아마존은 의심스러운 리뷰 활동을 이유로 1월 6일부터 14일까지 책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 이 책은 841권이 팔렸습니다.
AI의 한계를 숨기려 줄거리를 바꾸다
Reshi는 자신이 책의 진짜 저자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ChatGPT는 대필 작가였고 Midjourney는 삽화가였을 뿐이라는 설명입니다.
제작 과정도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Midjourney 프롬프트를 몇 시간 동안 수정해야 했습니다. 주인공 앨리스는 비교적 비슷하게 뽑아냈지만, 로봇 친구 스파클은 매번 완전히 다른 생김새로 생성되었습니다.
결국 Reshi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책 내용에 억지 설정을 추가했습니다. 로봇 스파클이 온갖 다양한 모양의 로봇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문장을 본문에 슬그머니 집어넣은 것입니다.
비판을 확인한 Reshi는 트위터를 통해 이미지 생성 AI를 만들 때 예술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며 그들의 노력과 재능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일러스트가 포함된 책을 다시 내기는 망설여지지만, 저작권 논란이 상대적으로 덜한 텍스트 기반 ChatGPT를 활용한 다른 프로젝트는 계속 시도해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왜 중요한가
이 사건은 비전문가 개인이라도 생성형 AI 툴을 엮어 단 며칠 만에 기획부터 출판, 실물 책 인쇄까지 끝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똑똑히 보여줍니다. 주변인을 위한 개인적인 선물이나 빠른 시제품 제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AI가 창작의 진입 장벽을 완전히 무너뜨린 셈입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빠른 실험주의가 기존 창작 생태계와 정면충돌했을 때 어떤 후폭풍이 발생하는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주말 사이 뚝딱 만든 AI 생성물이 실제 상업 플랫폼에서 800권 넘게 팔려나가는 현실은, 평생 기술을 연마해 온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는 직접적인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왔습니다. 개인적 용도가 대부분이라는 플랫폼 측의 변명이 현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림의 불일치를 숨기기 위해 스토리 설정을 바꿔버린 Reshi의 대처는 재치 있었지만, 당시 생성형 모델이 장편 스토리텔링을 온전히 소화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뚜렷했음을 방증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공개한 기술 실험이라도 상업 시장과 맞닿는 순간 심각한 문화적, 법적 지뢰밭을 건드리게 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출처 (1)
- businessinsider.com(새 탭에서 열림)원문businessinsid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