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다빈치의 걸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가디언의 진단
가디언은 렌사(Lensa), 미드저니 등 이미지 생성 AI의 확산이 일러스트레이터 등 창작자들의 생계와 저작권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했다. 스타일 무단 학습에 대응해 학습 배제(옵트아웃)를 돕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으나, 화풍 보호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몇 천 원의 비용과 셀카 몇 장만 올리면 순식간에 자신을 요정 전사나 명화 속 주인공으로 바꿔주는 Lensa가 인터넷을 휩쓸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이 신기한 AI 프로필 사진에 열광하는 동안, 자신의 손재주로 생계를 꾸려온 창작자들은 심각한 직업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올 한 해 DALL-E, Midjourney, Stable Diffusion 같은 이미지 생성 AI는 품질과 속도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예술이나 디자인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사람도 간단한 문장 하나로 전문가 수준의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게 되면서, 창의적 영역은 기계가 침범할 수 없다는 오랜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살아있는 작가의 화풍 복제와 현장 잠식
창작자 일자리에 대한 위협은 가설이 아닌 현실입니다. 이번 겨울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은 호두까기 인형 공연의 시각 캠페인 제작에 Midjourney를 도입했습니다. 발레단 측은 여전히 약 30명의 인간 디자이너와 제작진이 협업했다고 해명했지만, AI가 이미 메이저 무대에 안착했음을 보여줬습니다.
더 큰 갈등은 특정 작가의 화풍을 흉내 내는 기능에서 발생합니다. 판타지 일러스트레이터 그렉 루트코프스키는 Stable Diffusion에서 자신의 이름이 피카소나 레오나르도 다빈치보다 더 많이 프롬프트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알고리즘에 일감을 뺏기지 않으려면 인터넷에 작품 올리는 것을 중단해야 하지만, 이는 디지털 업계에서 은퇴하라는 말과 같습니다.
법적 구제책도 막막합니다. EU 법조계에서는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를 AI 학습에 쓰는 것이 합법인지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영국은 AI 선도국이 되겠다며 상업적 목적의 자유로운 학습을 허용하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기존 저작권법으로는 독창적인 화풍 자체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데이터셋의 편향과 예술가들의 반격
이 모델들이 학습한 대규모 데이터셋 자체의 결함도 심각합니다. 주요 생성 도구들이 사용하는 150TB 규모의 LAION 데이터셋에는 원본 레이블의 편견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Lensa가 여성 캐릭터를 지나치게 성적으로 묘사하거나 인종적 특성을 과장해 표현하는 현상이 잇따라 지적받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무단 수집에 맞서 베를린 예술가 매트 드라이허스트와 홀리 헌던은 Spawning이라는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작업물이 LAION 데이터셋에 포함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검색 도구를 제공하고, 원작자가 학습에서 완전히 빠질 수 있는 옵트아웃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주목할 점은 Stable Diffusion의 개발사인 Stability AI와 LAION이 다음 학습 주기에서 Spawning의 동의 철회 요청을 반영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업데이트에서는 특정 예술가 이름을 직접 프롬프트에 넣는 기능도 제거되었습니다.
왜 중요한가
시각 콘텐츠 제작의 기본 문턱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브랜드나 마케터에게는 몇 초 만에 시안을 뽑아내는 유용한 도구지만, 외주 작업에 의존하던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타격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현재 AI는 인간이 과거에 만든 결과물을 정교하게 재조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드라이허스트의 지적처럼 AI는 우리가 몇 년 전에 했던 작업의 흐릿한 복제본을 시도할 뿐, 인간이 다음에 무엇을 창작할지는 알지 못합니다. 이미 범용 AI 생성 이미지는 패턴화되며 피로감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미셸 톰슨처럼 AI를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 도구로 활용하거나, 자신만의 데이터셋을 직접 구축해 기계를 길들이는 방식이 더 영리한 접근으로 보입니다. 기술 도입 자체를 막을 수 없다면, 관건은 AI를 쓰느냐가 아니라 기계가 내놓은 결과물 위에 자신만의 시각을 어떻게 얹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출처 (1)
- theguardian.com(새 탭에서 열림)원문theguard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