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대필 확산에 미 대학들, 수업 및 평가 방식 전면 개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학생들이 ChatGPT로 과제 논문을 작성하는 사례가 늘자 미국 대학들이 교육 및 평가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오픈북 과제를 줄이고 강의실 내 수기 작성, 구술시험, 그룹 토론을 도입하며 AI 시대에 맞춘 평가 변화를 시도 중입니다.

지난달 미국 노던미시간대학교의 철학 교수 앤터니 오먼은 종교학 수업 과제를 채점하다가 '학기 중 가장 훌륭한 수준'의 에세이를 발견했습니다. 부르카 착용 금지의 도덕성을 다룬 글이었는데, 문장 구성과 논리 전개가 흠잡을 데 없이 깔끔했습니다. 그러나 작성 여부를 추궁하자 학생은 과제를 챗GPT로 작성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의 주요 대학들은 강의와 평가 방식을 전면 뜯어고치기 시작했습니다. 조지워싱턴대, 럿거스대, 애팔래치아주립대 등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정착했던 오픈북 형태의 과제물 제출 방식이 빠르게 퇴출되고 있습니다.
강의실 필기 시험과 구술 평가의 귀환
뉴욕시와 시애틀 공립학교가 교내 네트워크에서 챗GPT 접속을 전면 차단한 것과 달리, 대학들은 금지령에 회의적입니다. 차단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플로리다대학교의 조 글로버 교무처장은 이번 사태가 대학이 마주할 마지막 기술 혁신이 아닐 것이라며 전면 금지 대신 교수 재량 중심의 대응 방침을 밝혔습니다.
결국 대학들이 택한 해법은 아날로그로의 회귀입니다. 교수들은 집에서 써오는 리포트 대신 강의실 내 수기 작성 시험, 구술 평가, 팀 프로젝트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오먼 교수는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이 컴퓨터 활동을 감시·제한하는 브라우저를 켜둔 채 교실 안에서 초안을 작성하도록 강제하기로 했습니다. 수정본을 낼 때도 변경 사항을 일일이 소명해야 합니다. 나아가 에세이 과제를 아예 없애고, 학생들이 챗GPT의 답변을 직접 평가하고 토론하게 만드는 수업 방식도 준비 중입니다.
챗봇이 모를 만한 질문을 짜내는 교수들
단순히 '특정 주제에 대해 5페이지를 써오라'는 식의 표준화된 과제는 사실상 수명을 다했습니다. 교수들은 챗봇이 쉽게 지어내기 어려운 학생 개인의 일상 경험이나 최신 시사 문제를 접목한 문제를 고안하고 있습니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프레더릭 루이스 알다마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유명 희곡 '한여름 밤의 꿈' 대신 온라인에 학습 데이터가 비교적 적은 초기 소네트 같은 틈새 텍스트를 다룰 계획입니다. 플로리다대학교 영문학과장 시드 도브린 교수는 학생들이 표절을 한 이유는 기존 과제가 표절하기 쉬운 구조였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이번 사태가 고등교육이 오랫동안 의존해 온 인문학 평가 체계의 허점을 정면으로 찔렀다고 봅니다. 그동안 좋은 점수를 받았던 과제 상당수가 기존 정보를 그럴듯하게 재배열하는 수준에 머물렀음을 AI가 증명한 셈입니다. 챗GPT가 수초 만에 A학점짜리 글을 써낼 수 있다면, 그런 리포트를 요구해 온 교육 방식 자체가 이미 수명을 다한 것입니다.
초중고처럼 무조건 차단하기보다 적응을 택한 대학가의 방향은 현실적입니다. 오픈AI가 차세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고 빅테크 기업들이 거액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금지 조치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챗봇을 금기시하기보다 그 출력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도록 유도하는 편이 훨씬 영리한 접근입니다.
다만 종이 수기 시험이나 구술 면접으로 일보 후퇴한 현재의 대증요법은 미봉책에 불과해 보입니다. 교수자들의 채점과 운영 부담만 가중시킬 뿐, 기계가 완벽한 문장을 쏟아내는 시대에 인간이 글을 쓰고 사유하는 진짜 목적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2)
- nytimes.com(새 탭에서 열림)원문nytimes.com
- ekathimerini.com(새 탭에서 열림)보도ekathimerin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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