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감원하면 주가 뛸까? 美 기업 절반 이상이 오히려 급락
CNBC 분석에 따르면 AI 도입을 이유로 감원을 단행한 미국 S&P 500 기업 23곳 중 56%의 주가가 발표 후 하락했다. 나이키가 35%, 세일즈포스가 32%, 파이버가 54% 급락해 하락 기업의 평균 낙폭은 25%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단순 비용 절감을 기술 혁신으로 포장하는 'AI 워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을 발표하면 주가가 환호하던 월가의 오랜 공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인원 감축의 이유로 'AI 도입'을 내세운 기업들에 대해 시장은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CNBC가 S&P 500 기업 중 AI 도입이나 자동화 확대를 이유로 인력을 줄인 23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5월 15일 기준 56%에 달하는 13개 기업의 주가가 감원 발표 이후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진 기업들의 평균 하락폭은 약 25%에 달했습니다.
AI 내세우며 감원 나선 기업들, 주가는 곤두박질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소비자와 친숙한 글로벌 기업들입니다.
나이키는 지난 1월 미국 내 물류센터의 자동화를 가속하겠다며 약 800명을 정리해고했습니다. 하지만 5월 15일 기준 나이키 주가는 감원 발표 시점 대비 35%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세일즈포스는 고객 지원 봇인 '에이전트포스(Agentforce)'가 일부 엔지니어를 대체했다며 9월에 4000명을 감원했습니다. AI 주도 감원 소식이 전해진 지난해 늦여름 이후 세일즈포스 주가는 약 32% 하락했습니다.
프리랜서 마켓플레이스 파이버(Fiverr)의 타격은 더 컸습니다. CEO인 미카 카프먼이 AI 퍼스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9월 말 전체 직원의 30%를 내보냈지만, 주가는 이후 54%나 폭락했습니다.
생산성 착시와 'AI 워싱'에 눈뜬 투자자들
AI가 실제 일자리를 줄이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 추정에 따르면 2025년 초 이후 최소 11만 2000개의 일자리 감소가 AI 도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MIT 연구에서도 AI가 미국 노동시장의 11.7%에 달하는 업무를 수행해 기업들이 최대 1조 2000억 달러의 임금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럼에도 월가가 싸늘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대니얼 금(Daniel Keum) 부교수는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제로섬' 성격을 띠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한 기업이 직원을 줄여도 경쟁사 역시 똑같이 기술을 쓰기 때문에 기준선만 올라갈 뿐 누구도 더 많은 이익을 내지 못한다는 분석입니다.
더 큰 문제는 'AI 워싱(AI washing)'입니다. 벤처캐피털 UP.Partners의 파트너 앨리 워슨은 기업들이 판데믹 기간의 과잉 고용이나 경영 실책을 감추기 위해 미디어에서 주목받는 AI를 핑계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dvisorShares의 CEO 노아 해먼의 말처럼, 이제 단순한 인력 감축만으로는 시장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쏟아부은 막대한 AI 투자금이 구글의 제미나이처럼 클라우드나 검색 부문에서 실제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지 명확한 숫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
이번 분석은 기업들의 AI 마케팅에 낀 거품이 본격적으로 걷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경영진 입장에서 AI를 앞세운 해고는 이제 호재가 아닌 명백한 악재 신호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자동화에 걸맞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지 못한 채 사람부터 내보내는 방식은, 월가에 '본업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혀 쥐어짜기에 돌입했다'는 인상을 줄 뿐입니다. 노동자들 역시 무차별적인 AI 대체 공포에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AI 산업 전체로 봐도 평가 잣대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느냐는 방어적 관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물리적 로봇이나 생성형 도구를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우리는 시장의 이러한 냉담한 반응이 AI 생태계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고 봅니다. 구조조정의 핑계로 AI를 소비하던 얄팍한 시도가 통하지 않게 되면서, 진정한 기술적 가치를 입증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 정상적인 시장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 (1)
- cnbc.com(새 탭에서 열림)원문cn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