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대 연구진, 일반 심전도로 숨은 심장병 찾아내는 AI 개발
콜롬비아대 연구진이 일반 심전도(ECG) 데이터로 숨겨진 구조적 심장 질환을 가려내는 AI 도구 EchoNext를 공개했습니다. 전문의(64%)보다 높은 77%의 정확도를 기록해, 저렴한 일상 검사만으로 고가의 심장 초음파가 필요한 환자를 정확히 선별할 수 있습니다.
대장암에는 대장내시경, 유방암에는 유방촬영술이 있지만 전 세계 수천만 명이 앓고 있는 구조적 심장 질환은 그동안 마땅한 저비용 조기 선별 검사법이 없었습니다.
의대생들이 오랫동안 배워온 상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상적인 표준 심전도(ECG)로는 부정맥이나 심근경색 정도만 알 수 있을 뿐 판막 결함이나 심근병증 같은 물리적 구조 이상은 판별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내리려면 수십 배 비싼 심장 초음파 검사를 따로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상식을 깨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컬럼비아대와 뉴욕-프레스비테리언 병원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일반 심전도 데이터만으로 숨겨진 구조적 심장 질환을 찾아내는 AI 도구 'EchoNext'를 공개했습니다.
전문의의 64%를 넘어 정확도 77% 달성
구조적 심장 질환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심부전이나 돌이킬 수 없는 판막 손상이 오고 나서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증상도 없는 모든 사람에게 고가의 심장 초음파를 찍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EchoNext의 핵심은 저렴한 검사를 활용해 고가 검사가 진짜로 필요한 환자를 골라내는 데 있습니다. 연구진은 환자 23만 명에게서 얻은 120만 건 이상의 '심전도-심장 초음파' 쌍 데이터를 모델에 학습시켰습니다. 심장 구조가 변형될 때 심전도 파형에 남는 미세한 전기 신호 변화를 딥러닝이 읽어내도록 한 것입니다.
병원 4곳에서 확보한 3,200건의 심전도 데이터로 13명의 심장내과 전문의와 맞대결을 펼친 결과, 의사들의 판독 정확도는 64%에 그쳤지만 EchoNext는 77%를 기록했습니다. 기존 판독 보조 AI를 활용한 의사들보다도 높은 수치였습니다.
실제 환자 8만 5천 명 추적: 놓칠 뻔한 2,000명을 구하다
연구진은 실험실을 넘어 실제 진료 현장 검증도 진행했습니다. 심장 초음파를 받아본 적 없는 심전도 수진 환자 약 8만 5,000명을 대상으로 현장 의사들에게 AI 개입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EchoNext를 적용했습니다.
AI는 이들 중 약 9%인 7,500여 명을 '숨은 심장 질환 고위험군'으로 지목했습니다. 이후 1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이 고위험군 중 55%가 일상 진료 과정에서 처음으로 심장 초음파를 받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초음파를 받은 고위험 환자의 4분의 3 가까이가 실제로 구조적 심장 질환으로 확진되었습니다. 이는 AI 도움 없이 일반적인 사유로 첫 초음파를 받은 대조군 환자들에 비해 양성률이 2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만약 고위험군 전원이 즉시 초음파를 받았다면 약 2,000명의 잠재적 중증 환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연구팀은 관련 비식별화 데이터셋을 외부에 공개했으며, 현재 8개 응급실에서 전향적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EchoNext가 헬스케어 AI가 나아가야 할 가장 영리한 방향을 보여주었다고 봅니다. 값비싼 새 검사장비를 팔려는 대신, 이미 구축된 낡고 저렴한 의료 인프라의 가치를 극대화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시행되는 심전도 검사만 약 4억 건에 달합니다. 비침습적이고 저렴하며 동네 의원에서도 쉽게 받을 수 있는 검사입니다. EchoNext는 이 4억 건의 루틴 검사를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대규모 조기 선별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감기나 건강검진으로 찍은 기본 심전도 한 장만으로도 몇 년 뒤 찾아올 심부전을 미리 막을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의료 업계 전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극소수 환자만 찍는 고가 MRI나 CT 판독 경쟁에 매달리는 것보다, 전 세계 수억 명이 받는 기초 검사의 스크리닝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공공보건 관점에서 훨씬 레버리지가 큽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습니다. 심전도 수진자의 9%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면 초음파 검사실로 쏟아져 들어올 2차 검사 의뢰를 감당해야 합니다. 과부하 상태인 병원들이 이 정밀 검사 수요를 지체 없이 소화해낼 수 있을지가 이 기술의 실제 생존율 개선을 좌우할 것입니다.
출처 (1)
- scitechdaily.com(새 탭에서 열림)원문scitech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