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슈퍼박테리아 잡는 새 항생제 발견…1시간 반 만에 후보 압축
미국과 캐나다 연구팀이 AI를 활용해 치명적 병원성 슈퍼박테리아를 사멸시키는 신규 항생제 '아바우신'을 발견했다. AI는 6680종의 미확인 화합물을 1시간 반 만에 분석해 후보를 추려냈다. 표적 세균만 정밀 공격해 내성 위험을 줄였으나 실제 처방까지는 2030년경까지 검증이 필요하다.

인류가 항생제를 개발하는 속도보다 세균이 내성을 키우는 속도가 더 빨라진 지 오래입니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이 기존 약이 듣지 않는 내성균 감염으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교착 상태에서 인공지능이 돌파구를 냈습니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와 미국 MIT 공동 연구진은 AI를 활용해 치명적인 슈퍼박테리아를 잡는 새로운 항생제 후보 물질인 '아바우신(abaucin)'을 발굴했다고 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발표했습니다.
6,680개 화합물을 단 1시간 30분 만에 선별
이번 타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가장 위험한 슈퍼박테리아 중 하나로 지정한 아시네토바크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입니다. 병원 기구나 표면에서 끈질기게 생존하며 폐렴과 상처 감염을 일으키지만, 거의 모든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여 현장에서는 '공공의 적 1호'로 불립니다.
연구진은 수천 개의 기존 약물을 바우마니균에 일일이 시험해 얻은 데이터를 AI에 먼저 학습시켰습니다. 어떤 화학 구조가 이 균을 억제하고 죽이는지 규칙을 익히게 한 것입니다.
이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화합물 6,680개를 AI에 입력하자, AI는 단 1시간 30분 만에 유력 후보군을 추려냈습니다. 실험실에서 240개를 검증한 결과 9개의 잠재적 항생제가 확인되었고, 그중 가장 강력한 물질이 바로 아바우신이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도 쥐의 감염 상처를 치료하고 환자에게서 채취한 균주를 없애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른 세균은 건드리지 않는 정밀 타격
아바우신의 가장 독특한 점은 오직 바우마니균에만 반응하고 다른 세균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광범위 항생제는 유익균까지 무차별적으로 파괴해 부작용을 일으키고 또 다른 내성을 유도하기 쉽습니다. 반면 단일 균만 표적으로 삼는 정밀 항생제는 내성 발현 위험을 크게 낮추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당장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는 없습니다. 맥마스터 대학교의 조너선 스토크스 박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화합물 개량과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처방되기까지는 2030년경까지 걸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황색포도상구균과 녹농균 등 다른 고위험 병원균으로 탐색 범위를 넓힐 계획입니다.
왜 중요한가
항생제는 막대한 연구비가 들지만 내성을 막기 위해 처방을 아껴야 해 상업적 수익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분야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규 항생제 개발에서 손을 떼면서 수십 년간 신약 가뭄이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는 이번 연구의 진짜 가치가 '약 하나를 찾았다'는 사실보다, 초기 탐색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스크리닝 파이프라인을 입증했다는 점에 있다고 봅니다. 수작업으로는 수년이 걸릴 수천, 수만 개의 분자 검토를 단 몇 시간 만에 끝냄으로써 대학 연구실 규모에서도 신약 후보를 찾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한계도 존재합니다. AI가 후보 물질을 찾아내는 속도는 극적으로 빨라졌지만, 동물 독성 평가와 인간 대상 임상시험이라는 생물학적 검증 시간까지 줄여줄 수는 없습니다. 결국 AI는 약물 개발의 진입 장벽을 낮춘 강력한 도구일 뿐, 인류가 슈퍼박테리아와의 싸움에서 완전히 승기를 잡으려면 규제 및 임상 단계의 꾸준한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2)
- bbc.com(새 탭에서 열림)원문bbc.com
- bbc.co.uk(새 탭에서 열림)보도bbc.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