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147년 전통 깨고 선심 대신 AI 판독 전면 도입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147년 만에 정장 차림의 인간 선심을 없애고 AI 기반 전자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니 산하 호크아이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카메라 18대의 영상을 AI로 분석해 0.1초 만에 인·아웃을 판정한다. 다만 음성이 너무 작고 어색하다는 선수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147년 동안 지켜온 상징적인 전통 하나를 내려놓았습니다. 단정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코트 구석을 지키던 선심(Line judge)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인공지능(AI)과 카메라 기반 판독 시스템이 완전히 꿰찼습니다.
선수들의 흰색 유니폼 규정과 관중석의 딸기 디저트는 그대로지만, 공이 라인 밖으로 나갔는지를 판단하는 일은 이제 기계가 전담합니다. 대회장 밖에서는 작은 반대 시위가 열렸고, 팬들은 인간 심판이 만들어내던 코트 위의 드라마가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불만은 코트 위 선수들에게서 터져 나왔습니다.
소리가 너무 작아 안 들린다… 선수들의 당혹감
여자 단식에 출전한 중국의 위안웨 선수는 경기 후 AI의 아웃 콜 소리가 너무 작아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위안웨는 주심에게 소리를 키워달라고 요청했으나, 주심조차 볼륨을 조절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주심의 육성은 훨씬 커서 명확히 들리며 다른 대회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윔블던에서 16년간 선심으로 일했던 폴린 에어는 BBC 인터뷰에서, 음성이 지나치게 차분해서 마치 '아웃... 아마도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확신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대해 윔블던 홍보 책임자인 엘로이즈 타이슨은 인접한 코트끼리 혼동되지 않도록 코트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배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다만 특정 인물을 전자 판독의 상징으로 내세우지는 않을 방침입니다.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파비오 포그니니 역시 1회전 경기에서 새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최종 번복 권한은 여전히 체어 주심에게 있습니다.
소니 호크아이의 18대 카메라와 3mm 오차
이번에 적용된 기술은 소니 자회사인 호크아이(Hawk-Eye)가 개발한 전자 선심 시스템입니다. 코트 주변에 설치된 최대 18대의 카메라를 통해 공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추적합니다.
호크아이 측에 따르면 공이 라인을 벗어날 경우 0.1초 만에 신호를 보내며, 추적 오차는 3밀리미터 이내로 정밀합니다. 의문이 생길 경우 주심이 실제 영상을 즉시 검증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 판정 도입은 윔블던이 처음은 아닙니다. 호주 오픈과 US 오픈은 이미 전자 선심을 전면 도입했고, 이달 초 런던 퀸스 클럽 챔피언십에서도 사전 시험을 거쳤습니다. 이제 4대 그랜드슬램 중 전통을 이유로 인간 선심을 고수하는 곳은 프랑스 오픈(롤랑가로스)뿐입니다.
왜 중요한가
선수들에게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한 AI 판정은 판정 시비를 원천 차단하고 오심으로 경기 흐름이 뒤바뀌는 비극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도구입니다. 인간 심판의 피로나 순간적인 시야 가림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윔블던의 이번 초기 도입은 실제 코트 환경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관중 함성과 타구음이 뒤섞이는 현장에서 선수에게 콜이 들리지 않고, 주심이 현장에서 음량조절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은 전형적인 현장 불일치 사례입니다. 코트 간 목소리를 구분하는 작업보다 기본적인 볼륨 확보와 편의성이 우선되었어야 합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보수의 대명사였던 윔블던마저 자동 판독으로 돌아선 만큼, 끝까지 버티고 있는 프랑스 오픈 역시 거센 전환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성을 높이는 대신 인간 심판과 선수가 부딪히며 만들어내던 감정선과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잃어버리는 것은 프로 스포츠가 기술을 받아들이며 감수해야 할 씁쓸한 대가입니다.
출처 (1)
- euronews.com(새 탭에서 열림)원문eur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