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 스팀 AI 콘텐츠 규제 해명 "AI 배척 아닌 저작권 문제"
밸브가 유로게이머를 통해 스팀에서 AI 생성 콘텐츠를 금지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의 등록 거절은 개발자가 에셋의 권리를 입증하지 못해 현행 저작권법을 따른 조치일 뿐이며, 권리 침해가 없다면 AI 도입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용을 아끼려고 AI로 뽑아낸 일러스트나 대사를 인디 게임에 넣었다가, 전 세계 최대 PC 게임 플랫폼인 스팀의 문턱에서 가차 없이 쫓겨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지난주 한 게임 개발자는 레딧을 통해 자신의 신작 게임이 스팀 심사에서 거절당했다고 밝혔습니다. 게임 안에 너무나 확연한 AI 생성 에셋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밸브(Valve)는 수정 후 재제출할 기회를 주었지만, 개발자가 해당 에셋의 정당한 권리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결국 두 번째 제출마저 퇴짜를 맞았습니다. 게임 산업 분석가 사이먼 칼리스(Simon Carless) 역시 알고리즘 학습에 쓰인 데이터의 저작권을 입증하지 못하면 밸브가 신규 게임 등록을 조용히 차단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스팀이 AI 생성 콘텐츠가 들어간 게임을 전면 금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순식간에 인디 개발 씬 전반으로 번졌습니다.
AI를 막는 게 아니라 저작권을 묻는 것
논란이 커지자 밸브는 유로게이머(Eurogamer)에 공식 입장을 내고 해명했습니다. 밸브는 이번 정책의 목표가 결코 스팀에서 AI 사용을 위축시키려는 것이 아니며, 회사 역시 이 기술과 게임 개발 활용 방식을 계속 학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밸브의 최우선 과제는 가능한 한 많은 게임을 플랫폼에 출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지, 텍스트, 음악 등을 만들 때 개발자가 충분한 권리를 확보했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AI 도입이 심사 과정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결국 공은 개발자에게 넘어갔습니다. 적절한 상업용 라이선스를 갖춘 상태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존 저작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그 권리를 온전히 입증할 책임은 개발자 본인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밸브는 현재의 검토 절차가 현행 저작권 법률과 정책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 뿐, 플랫폼 자체의 자의적인 기준을 얹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법과 제도가 바뀌면 심사 기준도 바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스팀 제출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환불되지 않지만, 이번 AI 권리 문제로 등록이 반려된 개발자들에게는 예외적으로 수수료를 전액 환불해 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업계의 실험과 짙어지는 저작권 암초
게임 업계 전반에서는 이미 AI 도입을 두고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유비소프트는 NPC 대사를 생성하는 고스트라이터(Ghostwriter) 도구를 선보였고, 하이 온 라이프(High on Life) 제작진도 게임 내 음성에 AI를 활용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역풍도 만만치 않습니다. 시스템 쇼크(System Shock) 리메이크 유통사 프라임 매터는 마케팅에 AI 생성 이미지를 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제인 페리, 트로이 베이커, 제니퍼 헤일, 데이비드 헤이터 같은 유명 성우들 역시 AI가 인간의 연기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지, 업계 생태계를 위협하지는 않을지 깊은 우려를 표해 왔습니다.
왜 중요한가
인디 개발자들에게 이번 발표는 확실한 경고장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미드저니 같은 생성형 AI로 에셋을 뽑아 스팀에 게임을 올리려는 생각은 접는 편이 안전합니다. 모델 제작사가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를 완벽하게 보증해주지 못한다면, 오랜 시간 공들인 게임이 출시 직전 심사 단계에서 그대로 묶여버릴 위험이 큽니다.
게임 산업 전체로 보면 스팀의 이 같은 태도는 사실상의 표준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밸브는 겉으로는 AI 기술을 배척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증명을 요구하는 순간 현재 시판 중인 거의 모든 상용 생성 AI는 스팀의 기준을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전면 금지라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결과적으로 같은 효과를 내는 셈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밸브의 이번 대응은 플랫폼 입장에서 대단히 영리한 방어 전략입니다. 혁신을 가로막는다는 비난도 피하고, 향후 발생할지 모를 저작권 소송의 법적 책임도 철저히 외주화했습니다. 다만 법 제도가 기술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입증 책임과 출시 실패의 위험을 오롯이 영세한 개발자 홀로 짊어지게 되었다는 점은 뼈아픈 그늘입니다.
출처 (1)
- eurogamer.net(새 탭에서 열림)원문eurogam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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