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달러 기업가치 Builder.ai 파산 신청, 'AI 개발' 실체는 인도 외주 인력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투자해 기업가치 15억 달러를 인정받았던 영국 스타트업 Builder.ai가 이번 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피자 주문하듯 코딩한다는 자체 AI의 실체는 챗봇 행세를 하며 수작업으로 코딩하던 수백 명의 인도 엔지니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매출 부풀리기 의혹까지 겹쳐 미 당국의 조사를 받으며 챗GPT 이후 최대 규모의 AI 스타트업 붕괴로 기록됐다.

화면 속 AI에게 명령 몇 줄을 내리면 소프트웨어가 뚝딱 완성된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그 뒤편에서 인도 엔지니어 수백 명이 인공지능인 척 밤샘 코딩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카타르 국부펀드의 투자를 받으며 2023년 기업가치 15억 달러(약 2조 원)를 인정받았던 영국 스타트업 빌더닷에이아이(Builder.ai)가 이번 주 파산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완전 자동화라고 선전했던 기술의 실체가 단순 외주 개발이었던 데다 대규모 분식회계 정황까지 드러나며 몰락했습니다.
봇 연기를 지시받은 수백 명의 개발자
빌더닷에이아이는 지난 8년 동안 자체 AI 시스템인 나타샤(Natasha)를 앞세워 피자를 주문하듯 쉽게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수 있다고 마케팅해 왔습니다.
하지만 블룸버그가 입수한 내부 문서와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는 완전한 눈속임이었습니다. 실제 개발 작업은 인도 노이다와 방갈로르에 상주하는 수백 명의 엔지니어가 수작업으로 코드를 짜서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자동화 시스템처럼 보이기 위해 인도 개발자들에게 지역을 절대 밝히지 말고 인도식 영어 표현을 쓰지 말 것을 강요했습니다. 심지어 기계가 출력한 듯한 어투를 흉내 내도록 지시하고, 납품 일정도 영국 업무 시간에 맞춰 인위적으로 지연시켰습니다. 2022년 사내 메모에는 투자자 대상 자료에서 인간의 노동을 철저히 배제하고 독자 AI 기술만을 내세우라는 지침이 적혀 있었습니다.
가짜 세금계산서와 걷잡을 수 없는 빚더미
몰락의 결정타는 회계 부정이었습니다. 2025년 4월 블룸버그 보도를 통해 인도 소셜미디어 기업 VerSe Innovation과의 순환 거래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실질적인 용역 거래 없이 양사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동일한 청구서를 주고받으며 매출을 최대 300퍼센트까지 부풀린 혐의입니다.
실제 감사 결과 2024년 회사 매출은 5500만 달러에 불과해 투자자들에게 제시했던 2억 2000만 달러에 턱없이 못 미쳤습니다. 재무 이상을 감지한 채권사 바이올라 크레디트(Viola Credit)가 계좌에서 3700만 달러를 즉시 인출하면서 회사의 가용 자금은 500만 달러로 바닥났습니다. 클라우드 비용으로 아마존에 8500만 달러, 마이크로소프트에 3000만 달러의 미납 채무도 남아 있었습니다.
자신을 '수석 마법사(Chief Wizard)'라 칭하던 창업자 사친 데브 두갈(Sachin Dev Duggal)은 2025년 2월 CEO직을 던지고 두바이로 떠났습니다. 후임 만프리트 라티아(Manpreet Ratia) 대표는 전체 인력의 80퍼센트에 달하는 약 1000명을 정리해고했습니다. 현재 미국 뉴욕남부지검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사기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왜 중요한가
이번 사태는 2022년 챗GPT 출시로 촉발된 생성형 AI 붐 이후 발생한 가장 상징적인 스타트업 파산 사례입니다. 외주 개발이나 업무 자동화 툴을 찾는 기업과 개발자들에게, 시중의 화려한 AI 마케팅 뒤편에 값싼 인력 외주가 가려져 있을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이번 붕괴는 빅테크의 투자 검증 시스템에 큰 의문을 남겼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 4억 5500만 달러를 투입하며 애저(Azure) 생태계 통합까지 추진했으나, 기술 실체와 기본적인 재무 조작조차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거대 IT 기업의 브랜드가 스타트업 기술력의 진위를 보증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입니다.
규제 당국의 'AI 워싱(AI 세탁)' 단속은 전례 없이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 유치 시 기술 실사 문턱이 크게 높아져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거짓 기술로 시장을 흐리는 사기 행위를 걷어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출처 (2)
- ibtimes.co.uk(새 탭에서 열림)원문ibtimes.co.uk
- techspot.com(새 탭에서 열림)보도techsp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