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 Institute, 생물 언어 모델 Evo로 기능성 파지 게놈 설계 성공
Arc Institute는 생물 파운데이션 모델 Evo를 이용해 실제로 생명 기능을 수행하는 박테리오파지 게놈을 설계했다고 발표했다. 파지 ΦX174를 기반으로 285개 후보 중 16개 유효 바이러스를 합성·검증했으며, 내성균 극복 역량까지 입증했다. 생명과학이 DNA 해독과 합성을 넘어 AI 맞춤 설계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다.

AI로 단백질 한두 개를 디자인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복제하고 숙주를 무너뜨릴 수 있는 온전한 생명체의 유전체 전체를 생성할 수 있을까요?
Arc Institute 연구진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유전체 파운데이션 모델 Evo를 사용해 완전히 기능하는 박테리오파지 유전체를 생성하고, 이를 실험실에서 직접 합성해 살아 숨 쉬는 생명력까지 검증해 냈습니다. AI가 설계한 온전한 유전체가 실제로 살아 움직인 세계 최초의 사례입니다.
읽고, 쓰고, 이제는 AI로 설계하는 생명체
연구팀이 시험대로 선택한 대상은 5,386개의 염기와 11개의 유전자로 이루어진 박테리오파지 ΦX174였습니다. 이 바이러스는 현대 유전학의 역사적인 이정표입니다. 1977년 프레드 생어가 인류 최초로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했고, 2003년 크레이그 벤터 연구팀이 처음으로 화학적 합성 생명체로 재현해 낸 대상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AI가 설계한 최초의 유전체라는 타이틀까지 가져갔습니다.
ΦX174는 설계 난도가 매우 높습니다. 하나의 염기서열이 두 개 이상의 단백질 정보를 동시에 담고 있는 겹침 판독 프레임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한 글자만 잘못 바꿔도 여러 단백질이 동시에 망가집니다. 기존 도구로는 11개 유전자 중 7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자, 연구팀은 전용 유전자 주석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14,466개의 미크로비리대 염기서열로 Evo를 미세조정했습니다.
연구팀이 AI가 설계한 285개의 후보 유전체를 깁슨 어셈블리 방식으로 직접 합성해 실험한 결과, 16개가 대장균을 2~3시간 만에 터뜨리며 완벽한 감염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이들은 자연계의 가장 가까운 바이러스와 비교해 67개에서 392개의 새로운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13개는 자연계에 보고된 적 없는 변이를 포함했습니다. 특히 Evo-Φ2147은 392개의 변이를 가져 자연 염기서열과 일치율이 93%에 불과해, 분류학적으로 사실상 새로운 종에 해당합니다.
Evo-Φ36이라는 후보는 인간 과학자들의 합리적 설계 시도가 매번 실패했던 먼 친척 바이러스 G4의 구조 단백질을 성공적으로 이식했습니다.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분석 결과, AI는 단백질이 들어맞도록 껍질 전체에 정교한 보상 돌연변이를 유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항생제와 천연 파이지에 내성을 가진 변종 대장균도 AI가 만든 칵테일을 투입하자 단 1~5세대 만에 재조합을 거쳐 방어벽을 뚫어냈습니다.
왜 중요한가
이번 성과는 생물학 AI의 영역을 개별 부품 설계에서 유기체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 레벨의 종합 제어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큽니다. 여러 유전자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네트워크를 AI가 깨뜨리지 않고 완결된 형태로 엮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실용적인 가치 측면에서는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생겼습니다. 자연에서 우연히 적합한 파이지를 찾아 헤매는 대신, 내성균의 표면 단백질 변화에 맞춰 다양한 변종 파이지를 즉각 연산해 처방하는 맞춤형 파이지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행착오 중심이던 치료제 개발을 정밀한 컴퓨터 공학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입니다.
다만 완전한 바이러스 유전체를 통째로 생성해 낸 만큼 생물학적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팀은 Evo 학습 데이터에서 인간 바이러스를 철저히 배제하고 무해한 실험실 균주만을 표적으로 삼는 안전장치를 뒀지만, 기술이 고도화되고 오픈소스로 확산될 경우 위험한 병원체 설계로 전용될 잠재적 위험은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의 생명과학 분야는 AI 설계 역량 그 자체보다 오용을 차단할 거버넌스 구축에 훨씬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1)
- arcinstitute.org(새 탭에서 열림)원문arcinstitut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