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구글과 맞손…차세대 시리에 제미나이 AI 전격 탑재
애플이 구글과 다년 파트너십을 맺고 차세대 시리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에 제미나이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라이선스 비용은 약 10억 달러로 알려졌다. 자체 AI 개발에 고전하던 애플이 핵심 두뇌를 최대 경쟁사에 맡긴 셈이며, 기존 ChatGPT와의 협력도 유지된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완결형 수직 계열화를 고집해 오던 애플이 가장 중요한 인공지능 분야에서 결국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것도 모바일 시장에서 십수 년간 치열하게 맞붙어 온 최대 라이벌의 손을 잡았습니다.
애플과 구글은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과 전면 개편될 시리(Siri)를 구동하기 위해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모델 및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하는 다년 파트너십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양사는 공동 성명을 통해 면밀한 평가 결과 구글의 기술이 애플 AI를 위한 가장 뛰어난 기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간 10억 달러에 라이벌의 두뇌를 빌리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기술 라이선스를 위해 구글에 연간 약 10억 달러를 지불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양사는 구체적인 계약 금액을 확인하지 않았으며,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비독점 형태입니다.
애플은 이번 결정을 내리기 전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유력 경쟁사들의 기술을 다각도로 테스트했습니다. 여러 차례 출시가 미뤄졌던 맞춤형 시리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애플 대변인은 올해 안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일각에서는 올봄 등장을 점치고 있습니다.
애플은 CNBC를 통해 기존 챗GPT와의 협력 관계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고 확인했습니다. 또한 모든 AI 기능은 기기 내부 처리와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Private Cloud Compute)을 통해 구현되며, 애플 고유의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기준은 변함없이 유지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발표 직후 구글의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장중 4조 달러를 돌파하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뒤를 잇는 확고한 입지를 과시했습니다.
반독점 압박 속에서 다시 손잡은 두 거인
두 회사의 관계는 오랜 시간 기묘한 공생을 이어왔습니다. 스마트폰 플랫폼에서는 앙숙이지만, 구글은 사파리 기본 검색 엔진 자리를 지키기 위해 2021년부터 2022년 사이에만 애플에 약 380억 달러를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이 밀월 관계는 최근 반독점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024년 8월 미국 연방법원은 구글이 기본 검색 지위를 사들인 행위를 불법 독점으로 판결했습니다. 이어 2025년 12월 아미트 메타 판사는 계약 기간이 1년 이내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애플과 같은 장기 독점 기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종 구제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맺어진 새로운 AI 동맹은 애플과 구글, 오픈AI 간의 역학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규제 당국의 감시망을 한층 좁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 중요한가
일반 아이폰 사용자에게는 오랫동안 답답함을 안겨주던 시리가 마침내 똑똑해질 수 있다는 실질적인 신호입니다. 기존 애플 인텔리전스는 프라이버시 보호에는 충실했으나 생성형 AI 특유의 놀라운 사용성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올해 후반 제미나이 기반의 새 시리가 적용되면 복잡한 문맥 파악과 앱 간 연동 작업에서 확연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정식 업데이트 배포 전까지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AI 산업 전체로 보면 구글이 오픈AI를 상대로 거둔 상징적인 판정승입니다. 오픈AI가 시리의 외부 연동 옵션이라는 겉보기용 간판을 먼저 달았다면, 구글은 기기 운영의 핵심 두뇌를 차지했습니다. 안드로이드에 더해 10억 대가 넘는 활성 애플 기기에 제미나이의 영향력을 단숨에 심게 된 셈입니다.
우리는 애플의 이번 선택이 매우 실리적이면서도 뼈아픈 타협이라고 봅니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 지체되면서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연간 10억 달러로 검증된 최상위 모델을 빌려 시리의 공백을 메우는 빠른 길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핵심 사용자 경험의 밑바탕을 최대 경쟁사에 의존하게 되면서, 향후 기술 주도권과 반독점 리스크라는 무거운 숙제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출처 (2)
- bloomberg.com(새 탭에서 열림)원문bloomberg.com
- techcrunch.com(새 탭에서 열림)보도techcrun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