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설계 신약, 임상 2a상서 환자 생물학적 나이 2~3세 되돌렸다
AI로 설계된 후보물질 '렌토세르팁'의 임상 2a상에서 환자의 생물학적 나이가 유의미하게 회춘한 것으로 나타났다. 6종의 단백질체 노화 시계로 분석한 결과 투약 4주 만에 전신 생리 연령이 평균 2~3세 젊어졌다. 특정 질환 치료제 시험에서 전신 항노화 지표를 동시 검증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결과다.

폐 질환 치료제를 한 달간 복용했더니 몸 전체의 생물학적 나이가 2~3세 젊어졌다. 얼핏 들으면 흔한 영양제 과대광고처럼 들리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ature Biotechnology)'에 실린 실제 2상 임상시험 분석 결과입니다. AI로 설계된 후보물질 '렌토세르팁(rentosertib)'이 본래 목적인 섬유증 치료뿐만 아니라 환자의 신체 노화 시계를 유의미하게 되돌린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과거 INS018_055로 불렸던 렌토세르팁은 TNIK 유전자를 표적하는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입니다. 개발 초기부터 TNIK이 세포 노화의 핵심 기전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해 질환 치료와 항노화를 동시에 겨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혈액 단백질로 확인한 회춘 신호
그동안 생체 나이 측정에 흔히 쓰이던 DNA 메틸화 기반 후성유전체 시계는 임상 환경에서 결과가 들쭉날쭉하고 해석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연구팀은 몸 안의 생물학적 변화를 즉각적으로 보여주는 혈청 단백질체에 주목했습니다.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가진 6종의 단백질체 노화 시계를 활용해 환자 42명의 혈액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일관적이었습니다. 6개 시계 모델 모두에서 렌토세르팁을 투여받은 환자군의 생물학적 나이가 기준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반면 위약군은 12주 동안 노화 지표가 거의 변하지 않거나 소폭 증가했습니다.
특히 투약 4주 차에 회춘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습니다. 전신 생리 연령은 평균 2.71세에서 3.46세까지 젊어져 약 2~3세 회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별 분석에서는 동맥 혈관 예측 나이가 6.95세에서 최대 16.57세까지 젊어진 것으로 측정되었습니다.
12주 차에는 나이 감소세가 더 이어지기보다 안정적인 정체기(plateau)에 도달했으나, 젊어진 상태의 신호는 유지되었습니다.
질환 개선인가, 진짜 항노화인가
물론 한계점도 명확합니다. 환자들의 폐 기능이 회복되면서 전신 염증 수치가 떨어져 혈액 바이오마커가 건강해 보였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연구팀 역시 중증 질환자 코호트 내에서는 섬유증 치료 효과와 순수한 전신 항노화 효과를 완전히 분리해내기 어렵다고 인정했습니다. 완벽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려면 향후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분자 경로 분석 결과 세포 노화와 대사 과정 전반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확인되어, 단순한 폐 질환 호전 이상의 항노화 효과가 작용했음을 시사했습니다.
왜 중요한가
이번 연구가 던지는 진짜 혁신은 불로장생 약의 발견 그 자체보다, 노화 치료제의 제도적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재 각국 규제 당국은 '노화'를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아, 순수하게 늙지 않는 약이라는 명목으로는 임상 승인을 받거나 신약을 출시할 수 없습니다. 이 규제 공백이 수많은 장수 과학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왔습니다.
연구팀은 특발성 폐섬유증이라는 명확한 질환 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하면서, 혈액 단백질체 시계를 접목해 항노화 효능을 입증하는 이중 목적 임상 설계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습니다.
당장 일반인이 이 약을 처방받을 수는 없지만, AI 기반 약물 발굴과 정밀 단백질체 분석을 결합해 인간 몸속의 생체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과정을 임상 데이터로 입증해 냈다는 점에서 업계에 주는 파장은 상당합니다.
출처 (1)
- nature.com(새 탭에서 열림)원문na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