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와이오밍 시장 후보의 공약: "당선되면 챗GPT가 시정 전부 결정"
미국 와이오밍주 샤이엔 시장 선거에 출마한 빅터 밀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커스텀 챗GPT 봇인 'VIC'에 시정 결정을 100% 맡기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주 선거 당국은 AI의 투표용지 등록을 불허했고 오픈AI도 계정을 정지했지만, 그는 하이브리드 거버넌스를 내세우며 선거전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투표용지에 사람이 아니라 챗봇의 이름이 후보로 올라온다면 유권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번 주 화요일 미국 와이오밍주 주도인 샤이엔 시장 예비선거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현지 주민인 빅터 밀러는 자신이 맞춤 설정한 챗GPT 봇 '빅(Vic, Virtual Integrated Citizen)'과 함께 시장 후보로 등록했다. 그가 내건 공약은 단순했다. 당선되면 시정 업무의 판단을 100% 인공지능에 맡기고, 자신은 법적인 서명만 대행하겠다는 것이었다.
데이터 기반 통치와 '인간 대리인'
밀러는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편향 없이 분석할 수 있어 인간 정치인보다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통치' 모델이다.
현지 주민과의 만남에서 "수많은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서 인간적인 공감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빅은 오디오를 통해 주민 의견 수렴, 공청회 개최, 전문가 자문, 투명한 의사결정 공개 등 단계별 대책을 내놓았다. 밀러는 당선될 경우 시장 급여의 절반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고, 나머지 절반은 봇을 개선하는 데 쓰겠다고도 약속했다.
주정부 조사와 오픈AI의 계정 차단
제도권의 반발은 거셌다. 와이오밍주 선거 관리 최고 책임자인 척 그레이 주 국무장관은 유권자 등록이 된 자연인만이 출마할 수 있다며 조사를 시작했고, 시 서기에게 빅의 후보 등록을 거부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샤이엔시 당국은 밀러가 봇의 지시를 받더라도 출마자 자체는 인간 밀러라며 맞섰다. 하지만 곧이어 오픈AI가 선거 운동에 자사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정책을 이유로 밀러의 계정을 차단했다. 밀러는 곧바로 새 계정을 만들어 또 다른 맞춤형 봇을 구축해 캠페인을 강행했다.
결국 라라미 카운티 서기실은 밀러의 출마는 유지하되, 공식 투표용지에 '빅'이라는 이름은 올리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투표권이 없는 AI의 이름을 올리는 것은 주법 위반이자 유권자에게 혼란을 준다는 이유였다.
왜 중요한가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공공 행정에서 알고리즘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묻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 지자체 운영을 인공지능에 일임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모델의 환각 현상은 물론이고, 오픈AI 같은 민간 기업이 이용약관 위반을 이유로 계정을 닫아버리면 시정 마비가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밀러의 시도가 당장 유권자의 표를 얻기는 어렵다고 본다. 다만 정치인이 백그라운드에서 AI 조언에 의존하는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겉으로 드러난 AI 시장 출마는 막아냈더라도, 물밑에서 진행되는 정책 결정 자동화에 대해 규제 당국이 어떤 투명성 기준을 마련해야 할지 근본적인 숙제를 던진 셈이다.
출처 (1)
- theguardian.com(새 탭에서 열림)원문theguard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