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타이핑하는 비니 등장, 사비 수술 없는 뇌-컴퓨터 기기 공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비(Sabi)가 칩 이식 없이 모자처럼 착용하는 비침습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공개했다. 최대 10만 개의 초소형 뇌전도 센서와 AI 모델을 활용해 내면의 언어를 분당 30단어 속도의 텍스트로 변환하는 원리다. 첫 상용 제품은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150년 역사를 지닌 키보드를 대체하기 위해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수술을 택했습니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은 평범한 비니 모자를 머리에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비(Sabi)가 스텔스 모드를 끝내고 수술이 필요 없는 비침습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기를 공개했습니다. 사비의 라훌 차브라 CEO는 생각만으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는 비니 형태의 첫 제품을 올해 말까지 선보일 계획이며, 야구 모자 형태의 제품도 함께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오픈AI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한 비노드 코슬라의 코슬라 벤처스 역시 사비에 투자했습니다. 코슬라는 수십억 명의 대중이 일상에서 생각을 통해 컴퓨터를 다루게 하려면 신체를 훼손하지 않는 비침습 방식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모자 한 장에 10만 개 센서를 집적하다
머리뼈를 열지 않는 기존 뇌전도(EEG) 기술은 두개골과 피부 조직 탓에 신호가 크게 감쇄되는 고질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의 비침습 기기는 기껏해야 마우스 커서를 몇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사비는 센서 수를 극단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이 장벽을 돌파하려 합니다. 일반적인 뇌파 측정 장비가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센서를 쓰는 것과 달리, 사비의 모자에는 7만 개에서 최대 10만 개의 초소형 센서가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고밀도 감지를 통해 사람이 속으로 단어를 읊조릴 때 발생하는 미세한 뇌 신호를 포착하는 원리입니다.
사람마다 뇌 신호 특성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AI 기반 모델도 구축했습니다. 사비는 자원봉사자 100명으로부터 수집한 10만 시간 분량의 뇌 신호 데이터를 학습시켜, 개인별로 번거로운 영점 조절을 거치지 않아도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초기 목표 입력 속도는 분당 약 30단어입니다. 일반적인 키보드 타이핑보다는 느리지만, 차브라 CEO는 기기를 착용하고 시간을 보낼수록 개인에게 맞춰지며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상용 기기가 넘어야 할 현실적 과제
기술적인 완성도 외에도 대중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신경기술 컨설턴트 조조 플랫은 소비자가 쓸 수 있는 제품이 되려면 상자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사람의 뇌파는 피로도나 집중도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데, 매번 쓸 때마다 오랜 시간 보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아무도 지속해서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디자인도 필수적입니다. 거추장스러운 헤드셋 대신 일상적인 비니와 야구 모자를 택한 이유도 남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 위장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생각을 읽는 기기인 만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큽니다. 사비는 기기에서 클라우드로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를 종단간 암호화하고, AI 모델 역시 원본 뇌 신호가 아닌 암호화된 상태의 데이터로 학습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 보안 전문가들과 함께 기술 전반의 보안성 감사를 진행 중입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사비의 이번 공개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경쟁의 전선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봅니다.
뉴럴링크의 침습형 칩이 아무리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더라도, 일반인이 멀쩡한 머리에 수술을 감수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사비가 취한 초고밀도 센서와 AI 모델의 결합은 위험 부담 없이 일반 소비자를 겨냥할 수 있는 현실적인 우회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영리한 접근입니다.
분당 30단어의 속도는 얼핏 느려 보이지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메신저를 보내거나 회의 중 메모를 남기기에는 충분한 수준입니다. 신체 움직임이 불편하거나 발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도 부담 없는 대체 소통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머리카락 사이로 센서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닿을지, 땀과 열이 차는 모자를 어떻게 세탁하고 관리할지, 센서의 물리적 내구성이 얼마나 버텨줄지와 같은 하드웨어적 숙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연말 출시될 실물이 이 거친 현실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출처 (1)
- wired.com(새 탭에서 열림)원문wire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