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대, 빛·물질 하이브리드 입자로 초저전력 광 스위칭 구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빛과 물질의 특성을 결합한 준입자 '엑시톤-폴라리톤'을 통해 극저전력 전광 스위칭을 시연했다. 기존 광학 AI 칩의 광-전기 신호 변환 병목을 없애 향후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초의 범용 전자식 컴퓨터 에니악(ENIAC)을 탄생시킨 지 80년 만에,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이 전자를 버리고 빛으로 컴퓨터를 구동하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거대 AI 모델의 등장으로 기존 반도체는 물리적·에너지적 한계에 부딪혔다. 전하를 띤 전자가 칩 내부를 이동할 때 생기는 저항과 열 때문에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는 통제하기 힘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대 Bo Zhen 부교수 연구팀은 빛과 물질의 특성을 결합한 준입자를 만들어 극저전력으로 동작하는 전광(All-optical) 스위칭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026년 4월 8일 자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실렸다.
빛에 물질의 반응성을 입히다
광자는 전하가 없고 정지 질량도 없어 장거리를 엄청난 속도로 손실 없이 이동한다. 광통신이 통신망을 지배하게 된 이유다.
문제는 광자들이 서로 마주쳐도 부딪히지 않고 그냥 통과해 버린다는 점이다.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 연산의 기본인 논리 스위치 역할을 수행하기가 극도로 어려웠다.
연구진은 나노 광학 공진기 안에 원자 단위 두께의 반도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 난제를 풀었다. 공진기 속 광자와 반도체 내 전자가 강하게 결합하면서 ‘엑시톤-폴라리톤’이라는 독특한 준입자가 형성된다.
쉽게 말해 광자의 빠른 이동 속도와 고체 물질의 강력한 상호작용 능력을 한 입자에 합쳐놓은 셈이다.
연구팀은 이 입자를 활용해 약 4천조분의 1줄(Joule)에 불과한 에너지로 신호를 켜고 끄는 전광 스위칭을 시연했다. 초소형 LED를 찰나의 순간 켜는 데 드는 전력보다도 훨씬 적은 양이다.
광-전기 신호 변환의 병목을 풀다
이번 성과가 광학 AI 칩 업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기존 하드웨어의 가장 큰 병목을 직접 겨냥하고 있어서다.
지금의 광학 AI 칩들도 행렬 곱셈 같은 특정 연산은 빛으로 빠르게 처리한다. 하지만 비선형 활성화 함수나 의사결정 단계에 도달하면 광 신호를 다시 전기 신호로 변환해야만 했다.
이렇게 빛과 전기를 반복해서 오가는 변환 과정은 연산 속도를 갉아먹고 불필요한 발열과 전력 낭비를 일으키는 주범이었다.
엑시톤-폴라리톤 기반의 전광 스위칭이 가능해지면 신호 변환 없이 빛의 영역에서 모든 연산을 끝낼 수 있다. 먼 미래에는 카메라 센서로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지 않고 칩이 다이렉트로 인식하고 처리하는 시스템도 가능해진다.
왜 중요한가
일반 개발자나 소비자가 당장 구매해 쓸 수 있는 상용 부품은 아니며, 아직은 순수 연구 단계의 물리적 돌파구다.
하지만 전력망 붕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AI 산업 전체로 보면 방향성을 제시한 중요한 이정표다. 기존 실리콘 전자 칩의 미세 공정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광 연산은 가장 확실한 대안 중 하나로 꼽힌다.
상호작용이 없는 순수 광자만 고집하지 않고, 2차원 반도체 물질을 엮어 하이브리드 입자를 만들어낸 발상은 매우 영리해 보인다. 다만 나노 공진기와 원자 두께 반도체를 수억 개 단위로 균일하게 양산하고 상온 안정성을 확보하는 엔지니어링 장벽은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빛만으로 AI 신경망의 논리 판단을 돌릴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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