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 가짜 싱크탱크 띄우려던 러시아발 챗GPT 계정 대거 차단
OpenAI는 VPN으로 우회 접속해 여론 공작을 벌이던 러시아발 챗GPT 계정들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스라엘 가짜 싱크탱크를 홍보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게시글을 영문으로 자동 생성하고 편향된 주권 지수를 퍼뜨렸다. 실제 파급력은 작았으나, 생성형 AI로 권위를 위조해 신뢰를 조작하는 정교한 수법이 확인됐다.

저명한 학자들의 논문을 도용하고 자체 '주권 지수'까지 날조하며 이스라엘 싱크탱크 행세를 하던 러시아의 정교한 여론 조작 공작이 OpenAI에 의해 적발되었습니다.
OpenAI는 8월 25일, 러시아에서 VPN을 통해 접속해 ChatGPT를 악용하던 계정 무더기를 차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OpenAI가 적발한 러시아 연계 공작 중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인프라를 구축한 사례입니다.
공작원들은 러시아어로 프롬프트를 작성하면서 러시아인 특유의 언어적 흔적을 감춘 자연스러운 영어 게시물을 생성하도록 ChatGPT에 지시했습니다. 이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모두 2025년 2월 웹사이트를 개설한 가짜 싱크탱크 '버크 국제연구소(IBI)'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쓰였습니다.
논문 표절과 가짜 주권 지수
IBI는 이스라엘에 실제 주소를 둔 권위 있는 전문가 집단 행세를 하며 프랜시스 후쿠야마, 노엄 촘스키 같은 세계적 석학들이 소속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OpenAI가 2025년 9월부터 2026년 5월 사이 게재된 전문가 명의의 기고문 36건을 표본 조사한 결과, 34건이 인터넷상의 기존 학술 자료를 그대로 베낀 것이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의 논문을 노팅엄 대학 교수의 저작으로 둔갑시키거나, 이민 정책 연구 논문을 호주의 식품과학 교수 이름으로 올리는 황당한 도용도 확인되었습니다.
이 가짜 싱크탱크의 핵심 무기는 러시아를 치켜세우고 서방을 깎아내리기 위해 자체 고안했다는 '버크 주권 지수'였습니다. 프랑스가 마크롱 정권 아래서 헐값에 매각되고 있다거나, 독일이 미군 기지 의존을 끝내야 한다는 식의 편향된 보고서가 줄을 이었습니다.
이스라엘 현지에서 실제로 거주하는 일부 인물이 IBI 명의로 논문을 투고하거나 콘퍼런스에 참석한 흔적도 포착되었으나, 러시아 공작원들과의 구체적인 공모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소셜미디어 외주 직원으로 전락한 AI
흥미로운 점은 장문의 보고서나 웹사이트 콘텐츠 자체는 ChatGPT가 쓴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학술 글은 도용하거나 사람이 번역기를 돌려 작성했습니다.
ChatGPT는 오로지 X, 링크드인, 페이스북, 서브스택, 텔레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소셜미디어 홍보용 게시물과 댓글을 대량 생산하는 데 투입되었습니다. 실제 서브스택 이용자의 글에 자연스러운 댓글을 달아 IBI 계정을 팔로우하도록 유도하는 식입니다.
한 공작원은 우크라이나와 EU, 독일 정부를 비판하는 독일어 텔레그램 채널의 게시물을 작성하는 데 ChatGPT를 활용했고, 다른 공작원은 미국과 프랑스, 터키 등을 겨냥한 여러 텔레그램 채널의 로고를 AI로 생성하기도 했습니다.
공들인 인프라에 비해 실제 파급력은 미미했습니다. 게시물 조회수는 낮았고 IBI 공식 계정의 구독자도 거의 없었으며, 일부 텔레그램 채널만 1만에서 2만 명 안팎의 구독자를 모아 브루킹스 연구소 기준 3단계 하위 수준의 영향력에 그쳤습니다.
왜 중요한가
당장의 조회수가 낮았다고 해서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존의 여론 조작이 조잡한 봇 계정으로 가짜 뉴스를 도배하는 식이었다면, IBI는 진짜 논문과 저명인사의 이름을 도용해 권위 있는 연구기관의 외피를 먼저 완성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허위 기관이라는 튼튼한 '자산'을 구축해 둔 뒤 필요할 때 언제든 그럴듯한 서사를 확산시키려 한 것입니다.
공작원들에게 생성형 AI는 거짓 정보를 지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언어 장벽을 없애고 계정 운영과 홍보 비용을 제로에 가깝게 낮춰주는 외주 대행사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AI 플랫폼을 일상적인 운영에 광범위하게 활용한 탓에 역설적으로 보안 시스템에 덜미가 잡히는 결정적 단서가 되었습니다.
이제 플랫폼 보안의 초점은 단순히 텍스트가 AI로 작성되었는지를 가려내는 단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그럴듯한 기관과 정량 지표를 위장하는 고도화된 영향력 공작에 맞서기 위해서는 여러 플랫폼을 아우르는 출처 추적과 인프라 단위의 탐지가 필수적입니다.
출처 (1)
- openai.com(새 탭에서 열림)원문opena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