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엄-웹스터, 2025 올해의 단어로 저품질 AI 쓰레기 뜻하는 '슬롭(slop)' 선정
메리엄-웹스터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AI가 대량 생산한 저품질 디지털 콘텐츠를 뜻하는 'slop'을 선정했다. 조악한 생성물과 무의미한 보고서가 넘쳐난 현실을 꼬집으며, AI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공포에서 조롱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소셜 미디어를 넘기다 보면 어딘가 기괴한 AI 영상이나 저급한 광고 이미지, 끝없이 지껄이는 고양이 영상을 마주친 경험이 다들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유력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Merriam-Webster)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slop(슬롭)을 선정했습니다.
사전 측이 밝힌 정의는 '주로 인공지능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되는 조악한 품질의 디지털 콘텐츠'입니다. 단 네 글자의 짧은 영단어가 올해 우리 화면을 가득 채운 피로감을 정확하게 포착했습니다.
돼지 사료에서 디지털 쓰레기로
사실 slop은 역사가 깊은 단어입니다. 18세기에는 진흙을 뜻했고, 19세기에는 돼지 여물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점차 가치 없는 쓰레기 전반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오픈AI의 소라(Sora)와 구글의 베오(Veo) 같은 미디어 생성 도구가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인터넷 환경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지난 5월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전달 웹에 올라온 신규 콘텐츠의 약 75%에 어떤 형태로든 AI가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악한 AI 서적과 팝송은 물론, 직장 내에서 시간만 낭비시키는 보고서까지 slop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렉 바로우 메리엄웹스터 대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이 파괴적인 기술을 신기해하면서도 짜증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는 전 세계 주요 사전들도 기술 용어에 주목했습니다. 호주 맥쿼리 사전은 AI slop을 꼽았고, 옥스퍼드는 분노를 유발해 클릭을 유도하는 ragebait를, 콜린스는 vibe coding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slop의 선정이 대중이 AI를 바라보는 심리적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대 AI 기업들이 강조하는 초지능과 인간 대체에 대한 공포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slop이라는 단어의 유행은 기술에 대한 두려움을 조롱과 냉소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세상을 바꾼다더니 고작 질 낮은 쓰레기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느냐는 반문입니다.
산업적으로 가장 큰 부작용은 이른바 '슬롭 경제'의 확산입니다. 광고 수익을 노린 조악한 생성물이 쏟아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비싼 유료 구독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계층과, 무료로 방치된 AI 쓰레기 정보만 접하는 계층 간의 디지털 격차가 심화될 조짐을 보입니다.
AI 개발사들 역시 생성 속도와 수량만을 과시하는 방식에 한계가 왔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신뢰성과 품질을 담보하지 못한 채 공급만 늘린다면, 혁신적인 도구가 아니라 인터넷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해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출처 (2)
- merriam-webster.com(새 탭에서 열림)원문merriam-webster.com
- techcrunch.com(새 탭에서 열림)보도techcrun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