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명 인생 데이터로 수명 예측하는 AI 모델 'life2vec' 공개
덴마크공과대학교와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연구진이 AI 모델 life2vec을 공개했다. 트랜스포머 구조를 활용해 덴마크 시민 600만 명의 의료, 교육, 소득 등 인생 사건을 문장처럼 학습한 뒤 사망 위험과 성격을 정밀하게 예측한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실제 개인 예측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일생을 한 편의 긴 문장으로 본다면, 학교 입학이나 이직, 질병 같은 사건들은 문장 속 단어에 해당할 것입니다. 언어 모델이 다음 단어를 예측하듯, 우리 삶의 마지막 순간도 예측할 수 있을까요?
덴마크공과대학교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 life2vec이 바로 이 질문에 답을 던졌습니다. 네이처 계산과학 저널에 실린 이 연구는 사람의 성격은 물론 사망 위험도까지 기존 최신 모델보다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600만 명의 삶을 트랜스포머에 학습시키다
life2vec의 학습 데이터는 인터넷 웹 문서가 아닌, 덴마크 통계청이 제공한 덴마크 전 국민 600만 명의 등록 데이터입니다. 여기에는 병원 방문 이력과 진단 기록, 교육 수준, 직업, 소득 변화 등이 시간 순서대로 정밀하게 담겼습니다.
연구팀은 챗GPT 같은 대형언어모델의 기반인 트랜스포머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연구를 이끈 수네 레만 교수는 인간의 삶 전체를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문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모델은 수백만 명의 사건 연속체를 임베딩 공간의 벡터로 변환해 소득, 교육, 건강 사이의 복잡한 연결 고리를 학습했습니다. 사망 확률 예측 공간을 시각화하자 위험도가 낮음에서 높음으로 이어지는 긴 원통형 구조가 나타났습니다. 위험도가 높은 쪽으로 분류된 이들은 실제로 해당 기간 내에 다수 사망했고, 위험도가 낮은 쪽에서 발생한 사망은 교통사고처럼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또한 성격 검사에서 외향성 점수를 맞히는 데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습니다.
개인의 미래를 점치는 도구가 아니다
높은 예측력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이 도구를 실제 개인의 미래를 예측하는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고 거듭 선을 그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티나 엘리아시-라드 교수는 이 모델이 특정 사회의 데이터에 기반한 상관관계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복지 체계와 법률, 문화가 다른 나라에 이 모델을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그녀는 이 기술을 개인을 감시하는 기계가 아니라 정책과 사회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들여다보는 사회 관측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레만 교수는 거대 빅테크 기업들이 이미 수년 전부터 밀실에서 이런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해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습니다. 이번 논문을 공개한 목적 역시 이런 도구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디까지 예측할 수 있는지 대중에게 투명하게 알리기 위함이라는 설명입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언어 모델의 순차 예측 방식을 인간의 생애 주기에 접목한 시도 자체가 매우 혁신적이라고 봅니다. 단편적인 통계 분석을 넘어 수십 년에 걸친 삶의 궤적을 하나의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일반 이용자가 당장 자신의 수명을 확인하는 용도로 쓸 수는 없으며, 연구 목적 외의 사적 활용은 철저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산업과 사회에 미칠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보험사나 금융사, 채용 플랫폼이 이와 유사한 알고리즘을 손에 넣는다면 개인의 건강 기록이나 소득 흐름을 근거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거나 대출 조건을 차별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가진 사회적 편향이 개인의 미래를 재단하는 낙인으로 굳어질 위험이 큽니다.
빅테크가 독점할 뻔한 예측 기술의 실체를 학술 영역에서 먼저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가치는 분명합니다. 편리함을 넘어 인간의 운명까지 데이터화하려는 기술 앞에서, 제도적 안전장치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출처 (1)
- phys.org(새 탭에서 열림)원문phy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