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chOS 27에 탑재된 Siri AI, 애플워치를 진정한 '손목 컴퓨터'로 진화
공개된 watchOS 27 개발자 베타를 통해 애플워치에 Siri AI가 도입되며 iPhone, Mac과 일관된 비서 경험을 제공한다. 손목에서 미리 알림 목록을 확인해 체크할 수 있고 검색 기록도 기기 간 동기화된다. 지연 시간은 다소 있으나 웨어러블의 사용성을 크게 높였다.

지난 10여 년간 애플워치에 탑재된 시리는 사실상 라면 타이머를 맞추거나 비가 오는지 확인할 때나 쓰는 보조 도구에 가까웠습니다. 첫 모델부터 손목 위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시리를 통해 본격적인 컴퓨팅 작업을 처리하는 사용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watchOS 27 개발자 베타가 공개되면서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디버지의 빅토리아 송 기자가 체험한 바에 따르면, 기본 시리에서 시리 AI로의 판올림은 애플워치를 마침내 쓸모 있는 손목형 컴퓨터처럼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분기점입니다.
시리가 둘로 쪼개지던 시대의 종말
스마트워치 음성 비서의 가장 큰 문제는 스마트폰과의 단절감이었습니다. 손목에 대고 조금만 복잡한 명령을 내리면 아이폰에서 계속하라는 안내가 뜨기 일쑤였습니다. 지난해 픽셀 워치 4나 갤럭시 워치 8에서 제미나이를 테스트했을 때도 이런 간극이 컸습니다. 근처 카페를 찾아 동료에게 문자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더니 40블록이나 떨어진 매장을 추천해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야 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애플은 watchOS 27에서 이 연결성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애플의 데이비드 클라크 watchOS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시니어 디렉터는 시계와 폰에서 서로 다른 답변이 나오는 경험을 없애고, 개인화된 맥락을 일관되게 공유하는 하나의 시리 AI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손목의 시리 AI는 아이폰이나 맥북에 적어둔 메모와 미리 알림 목록을 자연스럽게 불러옵니다. 수예점에서 자수 실을 살 때 손목으로 색상 목록을 띄워두고 재고를 확인하며 하나씩 체크하는 방식이 가능해졌습니다. 손목에서 검색한 내용은 아이폰의 시리 AI 앱에 그대로 기록으로 남아, 길거리에서 찾던 정보를 책상 앞 맥북에서 이어서 처리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작업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점도 달라졌습니다. 일기예보를 기반으로 우산을 챙기라는 알림은 지원하지 않지만, 대신 특정 장소를 벗어날 때 알림을 주겠다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다만 대규모 언어 모델 특유의 연산 지연 시간이 존재하고, 명령어가 모호할 경우 엉뚱한 반응을 보이는 한계는 여전합니다.
한 손 조작을 돕는 싱글 탭과 스마트해진 운동 코치
사용자 인터페이스에서도 실용적인 개선이 이뤄졌습니다. 집는 동작으로 스크롤하고 손목을 털어 화면을 닫던 기존 체계에 더해, 이번에는 항목을 선택할 수 있는 싱글 탭 제스처가 추가되었습니다. 스마트 스택 위젯 및 들어 올려 말하기 기능과 결합하면 한 손에 짐을 든 상태에서도 화면을 직접 터치하지 않고 대부분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자주 쓰거나 최근에 실행한 앱을 빠르게 띄울 수 있는 앱 런처 메뉴도 들어왔습니다. 고양이 사진처럼 심플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도 필수 기능으로의 접근성을 잃지 않게 돕습니다. AI 기반 운동 코칭 기능인 워크아웃 버디는 스페인어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운동 데이터 분석 깊이를 더했습니다. 클라크 디렉터에 따르면 가파른 언덕을 달렸을 때 단순 페이스 저하를 게으름으로 판단하지 않고 고도 변화를 감안해 언덕 완주를 격려해 줍니다. 다만 심혈관 질환 진단 같은 선제적 의료 권고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으며, LDL 콜레스테롤의 정의를 묻거나 스트레칭 동작을 추천받는 정보 제공 수준에 집중했습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애플이 작은 시계 폼팩터 안에 무리하게 독립형 AI를 구겨 넣지 않고, 기기 간 맥락 동기화에 집중한 것이 영리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스마트워치의 디스플레이와 배터리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뚜렷합니다. 손목 기기가 직접 무거운 연산을 떠안기보다는 입력 장치이자 알림 창구 역할에 충실하고, 복잡한 맥락 기억은 아이폰과 클라우드가 지탱하는 방식이 웨어러블에 훨씬 적합합니다.
평소 애플 미리 알림이나 메모를 적극적으로 쓰는 사용자라면, 정식 버전 배포 시 주저 없이 업데이트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번거롭게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는 횟수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AI가 문장을 이해하고 답변을 내놓기까지의 대기 시간을 참기 힘들어하는 성격이라면 여전히 스마트폰을 바로 켜는 편이 마음 편할 수 있습니다.
업계 관점에서는 구글과 삼성에 상당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웨어 OS 진영이 제미나이를 탑재하며 기기간 연결 고리가 헐거웠던 반면, 애플은 폐쇄형 생태계의 강점을 살려 손목과 모바일 기기를 매끄럽게 봉합했습니다. 스마트워치 경쟁의 초점이 이제 단순한 헬스케어 센서 경쟁을 넘어, 사용자의 일상 맥락을 손목 위에서 얼마나 단절 없이 이어주는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출처 (1)
- theverge.com(새 탭에서 열림)원문thever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