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 불가’ 암 표적 뚫어낸 AI: 췌장암 신약 생존 기간 2배 연장
표면이 매끄러워 약물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RAS 단백질 표적 신약 daraxonrasib이 말기 췌장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6.6개월에서 13.2개월로 늘렸습니다. 나아가 연구진은 AI를 활용해 암의 70%를 유발하는 p53 및 MYC 단백질을 무력화할 수백만 개의 화합물을 초고속으로 탐색하며 치료제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저분자 화합물 치료제를 암벽 등반가에 비유한다면, 체내의 가장 치명적인 발암 단백질들은 손잡을 틈이 전혀 없는 매끄러운 화강암 절벽과 같았습니다.
약물이 결합할 수 있는 표면 홈이나 돌기가 없어, 의학계는 수십 년 동안 이들을 '약물 개발이 불가능한(undruggable)' 단백질로 분류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교한 분자 생화학 전략과 AI 가상 스크리닝이 결합하면서 이 견고한 절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레볼루션 메디슨스(Revolution Medicines)가 개발한 신약 다락손라십(daraxonrasib)이 진행성 췌장암 임상시험에서 표준 화학요법 대비 환자 생존 기간을 2배 가까이 늘리는 성과를 냈습니다.
미끄러운 표면 대신 '동승'을 택한 신약
기존 치료에 실패한 전 세계 500명의 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화학요법 환자군의 중간 생존 기간은 6.6개월이었던 반면 다락손라십 투여군은 13.2개월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발진 수준에 그쳤고, 환자들의 통증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핵심은 악명 높은 RAS 단백질 제품군을 제어했다는 점입니다. 1982년 발암 인자로 처음 확인된 RAS는 세포 성장 신호를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하지만, 돌연변이가 생기면 스위치가 켜진 채 고정되어 암세포를 증식시킵니다.
2021년 미국에서 첫 억제제가 승인되었지만 단 1개 변이체만 표적할 수 있어 적용 범위가 좁았습니다. 반면 다락손라십은 RAS 단백질 3종 전체를 동시에 차단하는 '범-RAS(pan-RAS)' 억제 능력을 갖췄습니다.
연구진은 매끄러운 단백질 표면에 직접 매달리는 대신, RAS의 3차원 접힘을 돕는 파트너 분자에 결합하는 우회로를 찾았습니다. 이 파트너 분자를 타고 활성 상태의 RAS 복합체에 침투해 스위치를 내려버린 것입니다.
p53과 MYC 잡으러 나선 AI
RAS의 돌파구에 힘입어, 과거 정복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p53과 MYC 같은 표적들도 AI의 지원을 받아 빠르게 공략되고 있습니다.
300개 이상의 유전자를 조절하는 '게놈의 수호자' p53의 경우, 베일러 의과대학 연구팀이 AI를 활용해 약 1000만 개의 화합물을 가상 스크리닝했습니다. 그 결과 정상 세포는 보존하고 변이된 p53 암세포만 자멸을 유도하는 후보 물질 83개를 추려냈으며, 'H3'라는 물질은 쥐 실험에서 뛰어난 종양 억제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전체 암의 약 70%에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는 MYC 단백질 역시, 바이오 기업들이 AI를 통해 3차원 구조와 상호작용을 정밀 매핑하며 종양의 DNA 복구를 차단하는 약물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이번 성과가 치료 옵션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난치성 고형암 분야에서 매우 실질적인 돌파구를 열었다고 봅니다.
'암의 제왕'으로 불리는 진행성 췌장암 환자에게 통증을 줄이면서 6개월 이상의 추가 생존 기간을 제공하는 것은 삶의 질 측면에서 결정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더욱이 수억 원에 달하고 투여가 복잡한 CAR-T 세포 치료와 달리, 매일 복용하는 경구용 알약 형태여서 비용과 접근성 면에서 훨씬 우월합니다.
제약 바이오 산업 관점에서는 생화학적 우회 경로 설계와 AI 기반의 대규모 스크리닝이 결합했을 때의 파급력이 입증되었습니다. 수년이 걸리던 초기 화합물 탐색 주기를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다른 표적 질환으로의 확장이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완전한 완치 단계는 아니며, 암세포의 변이로 인한 내성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신약 개발을 가로막았던 '약물 개발 불가'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현대 종양학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출처 (1)
- singularityhub.com(새 탭에서 열림)원문singularityh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