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C 연구진, AI로 뇌종양 세포를 면역 세포로 재프로그래밍 성공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팀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치명적인 교모세포종 암세포를 수지상세포로 재프로그래밍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종양 내부 세포를 면역 유도 세포로 전환해 혈뇌장벽 문제를 우회했으며, 쥐 실험에서 생존율을 최대 7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케크 의과대학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뇌종양 세포를 면역 세포인 수지상세포로 재프로그래밍하는 연구 결과를 종양학 학술지 '암 면역학 연구(Cancer Immunology Research)'에 발표했습니다.
성인 뇌암 중 가장 흔하면서 치명적인 교모세포종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마우스 모델 실험에서 기존 면역요법과 병용했을 때 생존 가능성을 최대 7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혈액뇌장벽 우회해 종양 내부에서 세포를 탈바꿈
교모세포종은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10%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암에서 성과를 낸 면역항암제도 교모세포종 앞에서는 맥을 못 췄습니다. 뇌를 보호하는 혈액뇌장벽에 가로막혀 외부에서 주입한 면역세포가 종양 부위까지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트란(David Tran) 박사 연구팀은 발상을 바꿨습니다. 면역세포를 밖에서 억지로 들여보내는 대신, 이미 뇌 속에 자리 잡은 종양 세포 자체를 면역 세포로 변환시키는 방식입니다.
수지상세포는 암세포의 항원을 포착해 T세포 부대에 공격 신호를 보내는 핵심 사령탑 역할을 합니다. 종양 내부의 암세포가 수지상세포 역할을 하게 만들면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필요 없이 그 자리에서 면역 공격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2만 개 유전자 속에서 AI로 핵심 스위치 발굴
세포 하나의 운명을 바꾸려면 약 2만 개에 달하는 유전자와 수백만 개의 상호작용 연결망을 다뤄야 합니다. 전통적인 분자생물학 방식으로는 원하는 조합을 찾는 데 막대한 시간이 걸릴 뿐더러 정상 뇌세포까지 건드릴 위험이 컸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머신러닝 시스템은 방대한 유전자 네트워크를 분석해 정상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교모세포종 세포만 골라 수지상세포처럼 변환시키는 유전자 조합을 찾아냈습니다.
효과는 수치로 확인됐습니다. 교모세포종 마우스 모델에서 면역관문억제제나 전통 수지상세포 백신은 단독 투여 시 생존율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AI 기반 재프로그래밍을 병용하자 면역관문억제제 병용군은 생존율이 75% 상승했고, 백신 병용군은 생존율이 2배로 뛰었습니다.
왜 중요한가
치료 대안이 극히 드문 교모세포종 환자와 의료진에게는 물리적 장벽에 막혀 있던 면역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소식입니다. 다만 당장 처방받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며, 무해한 바이러스 전달체를 활용한 동물 안전성 평가를 거쳐 실제 임상시험에 들어가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적 관점에서 이번 성과는 바이오 AI의 역할이 단순 물질 탐색을 넘어 '세포 운명 조절'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줍니다. 거대한 유전자 조절망 속에서 세포의 정체성을 다시 쓰는 작업을 머신러닝이 현실적인 속도로 단축해 냈습니다.
우리는 이 연구가 철벽같은 혈액뇌장벽과 정면 승부하는 대신, 종양 내부의 적군을 아군의 정찰병으로 전향시킨 전략적 선택이 매우 영리했다고 평가합니다. 물리적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환경을 역이용해 현장 조달 방식을 취한 셈입니다.
관건은 전달 기술의 정밀도입니다. 인간 유전자 조합을 환자의 뇌 속 종양까지 안전하게 배달하고, 체내에서 예기치 않은 탈표적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어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 장벽을 넘는다면 뇌암뿐 아니라 접근이 까다로운 다른 난치성 고형암 치료에도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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