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명배우 발 킬머, 생성형 AI로 부활… 독립영화 중요 배역 맡는다
외신에 따르면 독립영화 '애즈 딥 애즈 더 그레이브' 제작진이 2025년 별세한 배우 발 킬머를 생성형 AI로 재현해 영화에 출연시킨다. 생전 암 투병으로 촬영하지 못했던 배역을 유족의 동의와 SAG 가이드라인에 맞춰 목소리와 외형을 복원해 구현한 사례다.

2025년 후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명배우 발 킬머(Val Kilmer)가 생성형 AI를 통해 신작 독립영화 '애즈 딥 애즈 더 그레이브(As Deep as the Grave)'의 주연급으로 스크린에 복귀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고인이 생전 이 영화를 위해 단 한 장면도 촬영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촬영 한 번 없이 AI로 복원된 캐릭터
코에르테 보어히스(Coerte Voorhees) 감독은 5년 전, 가톨릭 사제이자 아메리카 원주민 영성가인 핀탄 신부 역을 발 킬머만을 위해 썼습니다. 킬머의 원주민 혈통과 미 남서부에 대한 애정을 녹여낸 캐릭터였고 촬영 일정표에도 이름을 올렸지만, 급격히 악화된 건강 탓에 끝내 세트장에 발을 들이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제작 기간이 6년으로 늘어난 이 저예산 영화는 한때 예산 부족으로 해당 캐릭터의 분량을 통째로 삭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편집실에서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선 핀탄 신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재촬영할 자금이 없던 제작진은 생성형 AI를 해결책으로 택했습니다.
이 작업은 킬머의 유산 관리 재단과 딸 메르세데스의 전폭적인 승인과 지원을 바탕으로 진행됐습니다. 유족이 제공한 젊은 시절부터 생애 마지막 시기까지의 사진과 영상을 바탕으로 생애 각 단계의 모습을 AI로 재현했습니다. 기관 절개술로 손상됐던 말년의 목소리 역시 AI로 복원됐는데, 극 중 캐릭터가 결핵을 앓고 있다는 설정과 맞아떨어졌습니다. 제작진은 미국배우조합(SAG) 지침을 준수하며 유족 측에 정당한 출연료를 지급했습니다.
킬머는 생전인 2022년 '탑건: 매버릭' 출연 당시에도 소난틱(Sonantic)의 AI 음성 기술을 활용해 아이스맨 역의 목소리를 되찾았던 바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
할리우드가 배우의 초상권 침해와 일자리 위협을 두고 AI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번 영화는 보기 드문 현실적 타협점을 보여줍니다.
대형 영화사가 흥행을 위해 고인을 디지털로 부활시키던 기존 사례와 달리, 이번 시도는 초저예산 독립영화가 제작 무산 위기에서 서사를 구하기 위해 AI를 활용한 경우입니다. 유족의 명확한 동의를 얻고, 조합 규칙을 지키며,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다는 점에서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우려되는 지점도 분명합니다. 정상적인 영화 제작 과정이었다면 다른 배우를 오디션해 살아있는 신인이나 무명 배우에게 돌아갔을 배역이 고인의 디지털 복제품으로 대체됐기 때문입니다. 예산이 부족한 독립영화계에서 '배우 재캐스팅' 대신 '고인의 AI 라이선스 구매'가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입니다.
결국 관객이 완성된 영화 속 발 킬머의 AI 연기를 '불쾌한 골짜기'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기술의 영화적 실효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출처 (1)
- variety.com(새 탭에서 열림)원문varie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