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픽처스의 경고: 영화 무단으로 AI 학습에 쓰면 소송
외신에 따르면, 유니버설 픽처스는 신작 엔딩 크레디트에 영화를 AI 훈련에 무단 활용하지 못하도록 경고문을 삽입하기 시작했다. 빅테크의 무단 데이터 수집과 복제를 막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분쟁에서 강력히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쯤 나오는 불법 복제 경고문이 새로운 타깃을 정조준하기 시작했습니다. 관객석의 도촬범이 아니라, 데이터를 긁어모으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입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6월 개봉한 '드래곤 길들이기'를 시작으로 영화 엔딩 크레딧에 새로운 법적 경고 문구를 삽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본 작품을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이 문구는 '쥬라기 월드: 리버스'와 '배드 가이즈 2' 크레딧에도 잇달아 들어갔습니다.
엔딩 크레딧에 새겨진 'AI 학습 금지'
경고문에는 해당 영화가 미국 및 각국 법률에 따라 보호받으며, 무단 복제와 배포는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는 빅테크가 격렬히 반대해 온 2019년 유럽연합 저작권 지침을 인용했습니다. 창작자가 명시적으로 권리를 유보하면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 목적의 이용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전 세계 상영본에 이 조항을 명시해 AI 학습과 데이터 무단 수집에 대한 추가적인 법적 보호막을 치려는 의도입니다.
할리우드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2024년 무렵 미드저니 같은 이미지 생성 AI에 '타노스 인피니티 워'를 입력하면 마블 영화 속 장면이나 포스터와 거의 똑같은 보라색 빌런 이미지가 튀어나왔습니다. '탑건: 매버릭'을 넣으면 톰 크루즈가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있는 스틸컷이 그대로 재현됐고, 드림웍스의 슈렉이나 픽사의 라따뚜이 애니메이션 화풍도 손쉽게 베꼈습니다. 결국 디즈니와 유니버설이 미드저니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무단 복제 파고들며 억대 배상 노린다
현재 생성 AI 소송의 승패는 AI 학습이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최근 작가들이 아마존이 투자한 앤트로픽과 메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며 창작자 진영에 불리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니버설은 다른 허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학습 데이터가 합법적인 구매가 아닌 불법 다운로드나 해적판에서 복제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유니버설이 경고문에서 '무단 복제'를 콕 집은 이유도 AI 학습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원본을 로컬에 복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의적인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면 작품당 최대 15만 달러의 법정 손해배상금이 청구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소비 환경도 급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30일 페이블 스튜디오는 사용자가 몇 마디 프롬프트만으로 에피소드를 생성하는 AI 플랫폼 쇼러너에 아마존이 비공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쇼러너는 디즈니를 비롯한 주요 스튜디오와 라이선스 계약을 협상 중이며, 2026년에는 사상 첫 AI 생성 장편 영화를 극장에 개봉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습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유니버설의 이번 조치가 매우 영리하면서도 고도의 법적 계산이 깔린 전략이라고 봅니다.
핵심은 빅테크의 면책 특권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점입니다. AI 기업들은 데이터 수집이 문제 될 때마다 명시적인 거부 의사가 없었다거나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유니버설은 글로벌 배급 마스터본에 EU 지침까지 들이밀며 학습 금지를 못 박음으로써, 나중에 학습 흔적이 발견됐을 때 이를 '고의적 침해'로 몰아 작품당 최대 15만 달러 배상금을 청구할 완벽한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물론 한계도 뚜렷합니다. 웹 크롤러가 극장에 앉아 엔딩 크레딧을 읽고 크롤링을 멈추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무단 복제를 원천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할리우드의 이중적인 태도입니다. 한쪽에서는 미드저니 같은 이미지 생성기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며 방어벽을 쌓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쇼러너 같은 AI 플랫폼과 라이선스 계약을 논의하며 관객이 직접 2차 창작을 만드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콘텐츠 전쟁은 단순히 AI를 막는 것이 아니라, 자사 지식재산권을 얼마나 비싼 값에 합법적으로 학습시키느냐의 머니게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 (1)
- hollywoodreporter.com(새 탭에서 열림)원문hollywoodrepor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