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자지구 재개발 AI 영상 공유해 거센 역풍… 지지자들도 "최악의 악취미"
트럼프가 트루스 소셜에 AI로 만든 가자지구 재개발 영상을 공유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영상에는 호화 리조트로 변한 가자와 상의를 벗은 네타냐후, 거대한 트럼프 황금 동상이 등장해 열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도를 넘은 악취미라는 반발이 쏟아졌다.

약 5만 명이 숨진 참혹한 전쟁터를 생성형 AI로 두바이풍 휴양지로 둔갑시키고, 상의를 벗은 동맹국 정상을 등장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답은 충성도 높은 지지층의 거센 역풍이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가자의 미래를 상상한 AI 생성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덧붙인 설명은 "Gaza 2025 … what’s next?"라는 짧은 한 줄뿐이었습니다.
두바이풍 빌딩숲, 상의 탈의한 네타냐후, 하늘에서 쏟아지는 달러
영상 속 가자지구는 전쟁의 상흔 대신 초고층 빌딩과 호화 요트가 가득한 화려한 해변 도시로 탈바꿈해 있었습니다. 해변에서 뛰노는 아이들 머리 위로는 100달러 지폐가 비처럼 쏟아졌습니다.
장면마다 기괴한 설정이 이어집니다. 상의를 벗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와 나란히 칵테일을 마시고, 수염을 기른 벨리댄서들이 모래사장 위에서 춤을 춥니다. 일론 머스크는 납작빵을 먹거나 돈비를 맞으며 춤을 추고, 도로 위에는 테슬라 차량들이 매끄럽게 질주합니다.
트럼프는 거의 독재자나 신격화된 우상처럼 묘사됩니다. 어린 소년이 트럼프의 황금 얼굴 풍선을 들고 걷고, 도시 한복판에는 거대한 황금 트럼프 동상이 위압적으로 서 있습니다. 배경음악으로는 "터널도 공포도 사라졌다, 트럼프 가자가 마침내 왔다"는 경쾌한 AI 노래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는 트럼프가 이전에 언급했던 '중동의 리비에라' 부동산 개발 구상을 시각화한 것입니다. 가자 주민 약 200만 명을 내보내고 미국이 소유하겠다는 이 구상은 국제사회에서 인종청소 청사진이라는 강한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해당 영상은 백악관이나 공식 캠프가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인터넷에 돌던 영상이었으며, 트럼프는 별다른 논평 없이 퍼 날랐습니다.
충성 지지층마저 등 돌린 이유: '최악의 저질'과 우상숭배 논란
평소 트럼프를 향한 찬사가 가득하던 트루스 소셜 댓글 창은 이번만큼은 싸늘하게 얼어붙었습니다.
열렬한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을 정말 지지하지만 이 영상은 너무나 천박하다", "좋아하는 분이지만 이건 정말 끔찍하고 역겹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보수 기독교 지지층의 반발이 극심했습니다. 도시를 굽어보는 거대한 황금 트럼프 동상과 클럽에서 무희와 함께 있는 트럼프의 모습이 종교적 금기를 정면으로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신도들은 댓글을 통해 "영광과 찬송을 받을 분은 오직 주님뿐"이라며 거대한 동상은 '적그리스도의 상징'이자 노골적인 우상숭배라고 경고했습니다. 하나님이 그 자리에 앉힌 것이지 트럼프 개인의 영광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일침도 이어졌습니다.
가자에서는 민간인을 포함해 수만 명이 사망했고 국제형사재판소가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입니다. 이집트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주요국도 일축한 극단적 구상을 철없는 AI 영상으로 희화화한 대가는 작지 않았습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이 사건이 생성형 AI가 정치권의 극단적 메시지를 테스트하는 완충재로 악용되는 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봅니다.
정치 지도자가 이런 황당무계한 AI 영상을 공유하는 것은 제작비나 검증 비용이 들지 않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논란이 커지면 '인터넷에 도는 재미있는 영상을 공유했을 뿐'이라며 발을 뺄 수 있고, 동시에 주민 강제 이주 같은 극단적 발상을 대중이 어디까지 받아들이는지 떠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도는 명백한 자충수로 보입니다. 비극적인 인도주의적 재난을 AI 슬랩스틱으로 가볍게 소비하려다 정적뿐 아니라 자신의 가장 확고한 지지 기반인 보수 기독교층의 도덕적·종교적 마지노선까지 침범했기 때문입니다.
영상 생성 AI 도구의 성능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기술이 현실의 피와 눈물을 지워줄 수는 없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가벼운 AI 놀이터로 취급할 때, 기술은 혁신이 아니라 대중의 반감과 피로감만 키우는 도구로 전락하고 맙니다.
출처 (1)
- theguardian.com(새 탭에서 열림)원문theguard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