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가 사라 앤더슨, AI의 화풍 복제에 경종
'Sarah's Scribbles'의 작가 사라 앤더슨이 AI 화풍 복제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이름만 프롬프트에 넣으면 몇 초 만에 자신의 스타일을 베낀 그림이 완성되는 현실을 마주하며, 오랜 세월 구축해 온 예술의 인간성을 AI가 지워버렸다고 비판했다.
헝클어진 머리에 줄무늬 셔츠를 입고 일상의 서툰 순간들을 유쾌하게 그려낸 웹툰 '사라의 낙서(Sarah’s Scribbles)'. 작가 사라 앤더슨(Sarah Andersen)의 이름은 낯설어도, 이 단순하고 공감 가는 캐릭터를 인터넷에서 한 번쯤 마주친 적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던 이 단순한 그림체가, 작가 본인에게는 기술의 악몽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사라 앤더슨은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작품이 극우 세력에게 악의적으로 왜곡당한 데 이어, 이제는 생성형 AI에 의해 화풍 전체를 통째로 복제당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극우 세력의 왜곡과 손글씨 폰트 탈취
앤더슨은 19세이던 2011년, 성인이 된 뒤 느끼는 불안과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일상의 고민을 마이크로소프트 그림판 등으로 그리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 솔직한 공감대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악몽은 2016년 말 익명 커뮤니티 4chan의 극우 게시판 표적이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녀가 여성이고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그림체가 단순해 편집하기 쉽다는 점이 빌미가 되었습니다.
극우 네티즌들은 그녀의 만화에 나치 문양과 유대인 학살 찬양 등 끔찍한 인종차별 메시지를 합성해 유포했습니다. 심지어 그녀의 손글씨를 본떠 전용 폰트까지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악의적인 이미지 하나를 만들 때도 사람이 직접 편집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들었기 때문에, 작가는 작업 속도로 이를 극복하며 커리어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프롬프트 창에 이름 석 자를 넣었을 때 벌어진 일
상황은 2022년 10월 한 팬이 트위터로 보낸 이미지를 보며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프롬프트 입력창에 앤더슨의 이름만 넣고 생성한 AI 이미지였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녀 특유의 선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습니다. 인간 아티스트가 모방하려 해도 미세한 선 굵기 등에서 고유의 인간성이 남기 마련이지만, AI는 단 몇 초 만에 영혼 없는 복제품을 무한정 쏟아냈습니다.
앤더슨은 깊은 침해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만화 속 줄무늬 셔츠는 어린 시절 사랑했던 만화 '캘빈과 홉스'에 대한 헌사였고, 모든 작화는 그녀의 인생과 교육이 집약된 개인적인 결과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왜 중요한가
창작자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저작권 논쟁을 넘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위협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생성형 AI의 프롬프트 키워드로 전락해 몇 초 만에 가짜 그림이 양산된다면, 수년간 쌓아 올린 독창적 화풍과 브랜드 가치는 순식간에 희석될 수밖에 없습니다.
AI 산업 전체로 보더라도, 현재의 데이터 수집 방식이 안고 있는 윤리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현역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무단으로 긁어모아 학습시키고, 작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복제품을 생성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술에 대한 거센 사회적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AI 개발사들이 창작자의 명시적 동의나 제외 권한(Opt-out)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창작 생태계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원작자의 고유한 영혼과 노력을 손쉽게 착취하는 구조 위에 세워진 기술 발전은 결국 창작의 원천 자체를 메마르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출처 (1)
- nytimes.com(새 탭에서 열림)원문ny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