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눈에만 보이는’ 고스트 폰트 공개…움직이는 점으로 AI 인식 차단
개발자 에릭 루가 ‘고스트 폰트(Ghost Font)’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일반 폰트 파일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도트 영상으로 글자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정지 화면에서는 단순 노이즈로 보여 AI가 캡처를 읽을 수 없으며, 미끼 메시지까지 더해 최신 멀티모달 AI의 영상 해석까지 방해한다.

스마트폰 속 AI가 가족과 나눈 사적인 문자 메시지까지 제멋대로 요약하려 드는 시대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보는 화면 위에서, 사람은 단번에 읽어내지만 최첨단 AI는 도무지 해독하지 못하는 글자를 만들 수는 없을까?
샌프란시스코의 개발자 에릭 루(Eric Lu)가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프로토타입 프로젝트 ‘고스트 폰트(Ghost Font)’를 선보였다. 이는 시스템에 설치하는 전통적인 폰트 파일이 아니라, 움직이는 도트 영상 속에 문자를 숨겨두는 독특한 시각 실험이다.
캡처하면 노이즈, 사람 눈에만 글자가 떠오르는 원리
고스트 폰트의 작동 방식은 매우 영리하다. 선이나 면으로 글자를 직접 그리는 대신, 화면을 가득 채운 수만 개의 미세한 점들의 움직임을 활용한다.
영상이 재생되면 배경의 점들은 한 방향으로 흐르고, 글자를 이루는 점들은 정반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인간의 뇌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시각적 요소를 즉각 하나의 형태로 묶어 인식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영상을 보는 순간 어떤 글자인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반면 멀티모달 AI는 이 함정에 빠져든다. 최신 비전 모델이라 해도 영상을 처리할 때 대개 프레임 단위의 정지 이미지로 쪼개어 분석하기 때문이다.
고스트 폰트 영상에서 단 한 프레임을 캡처하면 글자를 이루는 점과 배경 점이 완전히 동일하게 보인다. 정지 화면 속에는 어떠한 글자 윤곽도 없이 그저 무작위 노이즈만 가득하다. 기계적인 스크린샷 판독이 원천 차단되는 셈이다.
2013년 디자이너 이상문이 OCR 감시를 피하기 위해 노이즈와 취소선을 넣은 ‘ZXX’ 폰트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오늘날 ChatGPT 5.5 인스턴트 모드는 ZXX 텍스트를 단 한 번에 완벽하게 읽어낸다. 반면 고스트 폰트 영상을 입력받은 ChatGPT 5.5 Pro는 무려 19분 동안 분석을 거듭한 끝에 존재하지도 않는 문장을 지어내는 환각을 겪었다.
코드 실행 AI까지 속이는 ‘미끼’ 장치
물론 점들의 움직임만으로 완벽한 방어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코드를 직접 실행할 수 있는 고급 AI 에이전트라면 프레임 간 픽셀의 이동 궤적을 연산해 글자를 복원할 가능성이 있다.
에릭 루는 이를 방어하기 위해 영상마다 정교한 ‘미끼 메시지(decoy message)’를 심어두었다.
클로드 파블(Claude Fable)이나 GPT Sol 5.6 Ultra처럼 코딩과 심층 추론 능력을 갖춘 모델이 점의 운동 벡터를 계산하려 들면, 진짜 메시지 대신 미리 배치해 둔 미끼 메시지를 먼저 발견하게 된다. AI는 숨겨진 텍스트를 찾아냈다고 판단해 연산을 종료하므로, 진짜 메시지는 안전하게 보호된다.
이 도구는 외부 서버로 데이터를 일절 전송하지 않고 브라우저 로컬에서 안전하게 구동된다. 원하는 문구를 입력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비디오 파일로 내려받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고스트 폰트가 디지털 프라이버시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어머니의 문자에 불필요한 AI 요약이 끼어드는 것이 싫어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개발자의 동기처럼, 과거의 프라이버시가 ‘타인에게 보이지 않을 권리’였다면 앞으로는 ‘AI에게 읽히지 않을 권리’가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 기존 문자나 이미지 기반 캡차(CAPTCHA)는 이미 거대 모델들에게 무력화된 상태다. 인간의 고유한 시공간적 인지 특성과 알고리즘용 미끼를 결합한 이 방식은 봇을 차단하는 차세대 본인 인증 시스템에 훌륭한 해법을 제시한다.
물론 완벽한 보안을 위해서는 여전히 암호화가 필수적이며, 떨리는 점들을 장시간 읽는 것은 인간의 눈에도 피로를 준다. 향후 프레임을 쪼개지 않는 네이티브 비디오 모델이 대중화되면 뚫릴 위험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거대 AI의 인지적 맹점을 파고들어 인간만의 감각을 무기로 삼았다는 점에서 대단히 영리하고 유쾌한 시도다.
출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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