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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AI의 최대 위험은 인간의 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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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WIRED와의 인터뷰에서 AI의 가장 큰 위험은 기술을 신격화해 인간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빅테크가 규제를 요구하는 것은 기술을 모르는 정치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낡은 술수라며 개발자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짚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AI의 최대 위험은 인간의 책임 회피”
이미지: wired.com

생성형 AI의 위험성을 논할 때 실리콘밸리가 가장 즐겨 소환하는 비유는 원자폭탄입니다. 1940년대 뉴멕시코 사막의 연구진이 대기가 불탈 가능성을 계산하면서도 방아쇠를 당겼던 순간은, 기술 파멸론을 설파하기에 더없이 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오펜하이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비유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통제되지 않은 기술의 위험을 경고한다는 점에서는 오펜하이머의 이야기가 유효한 교훈이 될 수 있지만, 현재 테크 업계가 AI를 다루는 방식에는 중대한 착시가 숨어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짜 위협은 기계의 신적 지능이 아니라, 인간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기계를 신격화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책임 회피의 수단이 된 ‘AI 신격화’

놀란은 원자폭탄과 AI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당시 원자를 분열시키던 과학자들은 이것이 신이나 대자연이 설계한 물리적 법칙이며, 자신들은 이미 존재하는 자연의 진리를 규명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직접 프로그래밍하고 학습시킨 AI는 결코 자연법칙으로 포장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기업들이 AI를 과거의 ‘알고리즘’처럼 면피용 방패로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놀란은 사회가 AI를 전지전능한 존재로 추앙하는 순간, 군사나 사회경제 전반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운영 주체인 인간이 손쉽게 면죄부를 얻게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인간이 우상을 만들고 거기에 신적인 권위를 부여한 뒤, 정작 문제가 터지면 자신들의 손을 털어버리는 역사적 악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놀란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오픈AI 보도를 언급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세상을 파괴할 만큼 너무 위험해서 공개하면 안 될지도 모른다’는 경고 자체가, 역설적으로 대중의 소유욕을 자극하는 역사상 가장 뛰어난 판매 전략(Sales Pitch)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위험은 실재하지만, 그 위험의 본질은 기계의 초월적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책임 포기’에 있습니다.

유효기간이 있는 공포와 미디어의 위선

인터뷰에서 놀란은 인류가 파멸의 공포를 지속하지 못하는 심리적 한계도 짚었습니다. 1980년대 영국에서 자란 그는 열세 살 무렵 핵전쟁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 확신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대중의 관심은 자연스레 환경 파괴 등으로 옮겨갔습니다.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나눈 대화에서도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 시절의 공포가 결국 무뎌졌다는 공통된 기억을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위험은 사라진 적이 없는데 공포만 피로해진 셈입니다. AI 역시 무기 체계 적용 문제는 수년 전부터 가시화되었지만 언론은 거의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챗봇이 지역 신문 기사를 대신 작성하며 기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하자, 언론이 뒤늦게 이를 문명사적 위기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놀란은 꼬집었습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놀란의 통찰이 현재 AI 담론의 가장 위선적인 지점을 정확히 겨냥했다고 봅니다. 테크 기업들이 의회 청문회에 나가 ‘인류 멸종’을 비장하게 논하는 이면에는, 저작권 침해와 노동 대체, 잘못된 데이터 학습 같은 당장의 법적 책임을 초자연적 재앙 뒤로 숨기려는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개발자와 사용자 모두가 경계해야 할 것은 SF 영화 같은 기계의 반란이 아니라, 모니터 뒤에 숨은 기업의 책임 회피입니다. 자율주행 사고나 알고리즘 채용 차별, 오정보 확산이 발생했을 때 ‘AI의 자율적 판단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아야 합니다. 시스템을 설계하고, 가중치를 부여하고, 배포 버튼을 누른 주체는 언제나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종말론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아 위험성을 과장하면서 정작 현실의 사고에는 발을 빼는 행태는 대단히 무책임합니다. 기계에 신의 속성을 부여하며 인간의 책임을 덜어주려는 모든 시도를 걷어내야만, 기술이 초래할 실질적인 피해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출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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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red.com(새 탭에서 열림)원문wired.com

매일 AI 콘텐츠 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