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궈창, 맞춤형 'AI 차이'와 협업: 2,300대 드론 불꽃놀이로 본 인간과 AI의 미래
2024년 9월 화약 예술가 차이궈창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체 제작한 'AI 차이(AI Cai)'와 공동 연출한 대형 폭발 예술 행사를 열었다. 2,300대의 불꽃 탑재 드론과 1만 개의 폭약이 동원되어 AI가 고안한 단어를 연막으로 그렸다. 화약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AI의 양면성을 예술로 조명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불꽃 발자국과 500미터 높이의 불타는 사다리 작품 '하늘 사다리'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화약 예술가 차이궈창(蔡国强)이 이번에는 인공지능(AI)과 화약을 결합했다.
무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서 깊은 메모리얼 콜리세움이었다. 게티 재단이 주최하는 대규모 예술 축제 PST Art의 개막 공연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 차이궈창은 폭약이 장착된 드론 2,300대와 관람석에 촘촘히 설치된 1만 개의 화약을 터뜨리는 40여 분간의 폭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차이궈창은 화약과 AI가 닮았다고 말한다. 인간이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어 하지만 결국 언제나 통제를 벗어나는 의외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두 기술의 본질이 같다는 설명이다.
자체 맞춤형 모델 'AI 차이'와의 협업
이번 공연은 차이궈창을 위해 맞춤 제작된 모델인 'AI 차이(AI Cai)'와의 대화로 기획됐다. 이 프로그램은 차이궈창의 40년 작품 아카이브뿐 아니라 니체, 아인슈타인, 프톨레마이오스 같은 사상가들의 저작을 학습했다. 차이궈창은 이를 챗GPT보다 덜 정치적으로 올바른 지적 파트너라고 표현했다.
이날 스타디움을 찾은 5,000여 명의 관객은 좌석이 아닌 경기장 잔디밭 한가운데 배치됐다. 관람석 의자에는 대나무 장대에 매달린 화약 1만 개가 얽혀 있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최근 드론의 폭약 탑재 규제를 완화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처음으로 2,300대의 폭약 드론이 하늘을 뒤덮었다.
차이궈창의 억양을 복제한 AI 합성 음성이 현장을 해설하는 가운데, 공중에는 LA 시화인 극락조화 형상의 유기농 연막이 피어올랐다. 하늘에는 AI 차이가 직접 만들어낸 신조어들이 연막 글자로 새겨졌다.
프로메테우스의 불화와 마지막 '신의 분노'
AI 차이가 인간의 미래에 대해 내놓은 답변은 대체로 희망적이었지만, 실제 무대 연출은 단순한 낙관론에 머물지 않았다.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재현한 뒤, 차이궈창은 마지막 장을 '신의 분노(Divine Wrath)'로 채웠다. 인공지능 음성이 천둥을 부르짖자 스타디움 관람석 둘레를 따라 귀를 찢는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폭음과 진동이 관객을 덮치며 현장에서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감싸 쥐는 이들이 속출했고, 공중에서는 재와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다.
현장에 있던 한 AI 기업 관계자는 쇼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AI가 인간을 파괴할지 아니면 아름다움을 가져다줄지 업계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질문을 예술가가 날카롭게 시각화했다고 평했다.
왜 중요한가
우리는 차이궈창의 이번 시도가 AI를 컴퓨터 모니터와 챗봇 인터페이스에서 끄집어내 가장 원초적이고 위험한 물리적 매체인 화약과 맞부딪히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영리하다고 본다. 대다수 생성형 AI 예술이 화면 속 이미지나 영상 생성에 머무는 상황에서, 폭발의 굉음과 지동, 화약 냄새라는 신체적 경험을 통해 기술의 위험성과 매혹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테크 업계와 예술계 전반에도 단순한 기술 만능주의나 피상적인 디스토피아 담론을 넘어, 통제 불가능한 힘을 다루는 인간의 숙명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다만 이 방식의 한계 역시 뚜렷하다. 수십억 원대에 달하는 비용, FAA의 특수 승인, 미·중 양국 엔지니어들의 대규모 협업이 필요한 프로젝트는 소수의 거장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에 가깝다. 아울러 현장을 덮친 공포와 물리적 충격파는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예쁜 파스텔톤 연막 사진에서는 흔적도 없이 휘발된다는 점에서, 디지털 매체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기도 한다.
출처 (1)
- theguardian.com(새 탭에서 열림)원문theguard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