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ITV 첫 딥페이크 코미디 방영: 유명인 얼굴 씌운 이웃 갈등극
영국 ITV의 신작 코미디 'Deep Fake Neighbour Wars' 제작 과정이 공개됐다. StudioNeural의 AI 기술로 무명 배우들의 얼굴을 유명 인사로 합성해 일상적 갈등을 다룬다. 기술적 한계로 배우가 정면을 유지해야 하며, 1월 26일 ITVX에서 공개된다.
어느 날 TV를 켰는데 수백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스타 톰 홀랜드가 허름한 원룸에서 이웃집과 층간소음으로 싸우고 있다면 어떨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이 장면이 영국 방송사에서 AI 기술을 통해 정규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영국 상업방송 ITV는 1월 26일부터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ITVX를 통해 딥페이크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코미디 시리즈 'Deep Fake Neighbour Wars'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서민 아파트에서 찌질하게 싸우는 슈퍼스타들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단순하면서도 발칙하다.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이 영국 서민 동네에 살면서 사소한 이웃 갈등으로 매일 다툰다는 설정이다.
축구선수 해리 케인이 자신의 집 테라스 타일을 깨뜨렸다며 래퍼 스톰지와 언쟁을 벌이고, 헬스 마니아로 유명한 마크 월버그는 크루즈 여행 후 천식과 혈전증을 앓는 평범한 아저씨로 등장한다.
시각 효과는 AI 전문 기업 스튜디오뉴럴이 맡았다. 바니 프랜시스 대표는 케인의 얼굴 하나를 구현하기 위해 100만 번 이상의 학습 과정을 거쳤으며 모공 수준까지 디테일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무명 연기자들이 유명인의 목소리와 행동을 흉내 내면, 그 위에 실사 같은 AI 가면을 덧씌우는 방식이다.
고개도 못 돌리고 비도 맞으면 안 되는 촬영장
화면 속 결과물은 놀라울 만큼 자연스럽지만, 실제 제작 환경은 기술적 한계와의 싸움이었다.
딥페이크 알고리즘이 얼굴 윤곽을 놓치지 않으려면 배우들이 카메라 정면만을 응시해야 했다. 대화 도중 자연스럽게 옆 사람을 쳐다보며 고개를 돌리면 AI 마스크가 그대로 풀려버리기 때문이다.
배우 카티아 크빙에는 촬영 내내 몸을 뻣뻣하게 고정해야 해서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창문 뒤에서 밖을 내다보는 장면이나 비를 맞는 장면 역시 빛 반사와 물방울 등 가림 현상 때문에 촬영이 전면 금지됐다. 배우 본인의 얼굴형도 유명인과 매우 흡사해야 해, 크빙에는 올리비아 콜맨과 얼굴 골격이 95% 일치한다는 이유로 캐스팅됐다.
왜 중요한가
그동안 딥페이크 기술은 가짜 뉴스나 금융 사기, 불법 음란물 등 주로 범죄와 악용 사례로 대중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었다. 이번 시도는 메이저 방송사가 이 위험한 기술을 양지로 끌어올려 정규 대중 오락물로 전환하려 한 첫 번째 대형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상 제작 산업 관점에서는 캐스팅의 판도를 흔들 잠재력이 있다.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줘야 하는 특급 스타들을 직접 섭외하지 않고도, 신인 연기자와 정교한 AI 모델링만으로 풍자 코미디를 제작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대안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줄타기가 마냥 안전해 보이지는 않는다. ITV 측은 프로그램 시작 전 실제 유명인이 아니라는 고지 문구를 띄우고, 회차 말미에는 배우들이 가면을 벗고 인사하는 장치를 뒀다. 악의 없는 패러디라고 주장하지만, 당사자의 명시적 동의 없는 초상권 상업화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아울러 완전 자동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점도 확인됐다. 4K 화질을 뽑아내기 위해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포기하고 수많은 수작업 보정을 거쳐야 하는 현 단계의 한계는, AI 영상 제작이 완벽한 연출의 자유를 얻기까지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출처 (1)
- theguardian.com(새 탭에서 열림)원문theguard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