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출신 비블 AI, 475만 달러 시드 투자 유치…가상 프로덕션 대중화 나선다
크래프톤 출신들이 설립한 국내 VFX 스타트업 비블 AI가 475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2D 영상을 3D로 복원해 후반 작업에서 조명·배경·카메라를 정밀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고가의 헐리우드식 대형 LED 스튜디오를 대체해 독립 창작자를 지원한다.

디즈니 플러스의 '만달로리안'은 거대한 LED 벽을 세우고 실시간으로 가상 배경을 띄워 촬영했습니다. 로케이션 이동 없이도 배우의 얼굴에 가상 환경의 빛이 자연스럽게 맺히는 이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은 할리우드의 표준이 됐지만, 수십억 원의 예산이 없는 독립 영화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한국의 VFX 스타트업 비블(Beeble AI)이 이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해 나섰습니다. 비블은 최근 베이시스 셋 벤처스가 주도하고 피카 벤처스가 참여한 시드 라운드에서 475만 달러(약 6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기업 가치는 2,500만 달러로 평가받았으며, 초기 투자자로는 카카오벤처스와 매시업벤처스가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비블은 크래프톤의 AI 및 머신러닝 연구팀 출신 5명이 2022년 설립한 팀으로, 현재 직원은 7명입니다. 다들 텍스트로 영상을 뚝딱 만들어내는 생성 AI에 매달릴 때, 이들은 영화 제작의 성패를 가르는 '조명'이라는 디테일에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LED 벽을 사는 대신, 배우를 가상 공간으로
기존 버추얼 프로덕션이 비싼 LED 스크린을 통해 가상 환경을 현실 스튜디오로 가져왔다면, 비블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현실의 배우를 가상 공간 안으로 통째로 옮겨놓는 방식입니다.
비블이 CVPR 2024에서 발표한 파운데이션 AI 모델은 배우의 2D 촬영 영상을 물리적으로 정밀한 3D 형태로 자동 복원합니다. 정확한 기하학적 구조와 표면 질감을 갖춘 3D 에셋으로 변환되기 때문에, 촬영이 끝난 후에도 조명의 위치, 배경 환경, 카메라 각도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습니다.
현재 서비스 중인 데스크톱 앱 '스위치라이트 스튜디오'는 올해 3분기 '버추얼 스튜디오'로 이름을 바꿀 예정입니다. 이미 모바일 조명 편집 앱 스위치라이트는 다운로드 300만 건을 넘겼고, 캡션 AI 같은 외부 플랫폼도 비블의 SDK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텍스트 프롬프트로는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오픈AI의 소라나 런웨이 같은 영상 생성 AI가 주목받고 있지만, 훈 킴(Hoon Kim) 비블 대표는 이들 모델이 실제 영화 현장에서 쓰이기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작위성입니다. 간단한 디테일을 수정하려 해도 원본 영상 전체가 뒤바뀌어 버립니다. 관객을 몰입시키는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려면 인물, 환경, 카메라 무빙, 조명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텍스트 프롬프트 방식으로는 이 미세 조정이 불가능합니다.
비블은 독립 영화 제작자뿐만 아니라 릴숏(ReelShort)처럼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쏟아내야 하는 숏폼 드라마 플랫폼까지 B2B 고객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거실에서 스마트폰 하나로 찍어도 블록버스터급 장면을 뽑아내게 만들겠다는 목표입니다.
왜 중요한가
생성 AI 시장이 온갖 화려한 데모 영상으로 도배되고 있지만, 실제 창작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통제권입니다. 비블은 무작정 영상을 새로 그려내는 대신, 영상 제작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조명과 합성을 완벽히 제어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매우 영리한 접근을 취했습니다.
독립 제작자나 1인 크리에이터에게 이 기술의 가치는 상당합니다. 값비싼 스튜디오 대관이나 복잡한 조명 세팅 없이도, 방구석에서 찍은 영상의 광원을 자유자재로 재배치할 수 있다면 제작 단가는 획기적으로 낮아집니다. 10명 미만의 작은 팀도 대형 스튜디오 수준의 룩을 구현할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다만 기술적인 현실성 검증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2D 영상을 정밀한 3D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빠른 움직임이나 흩날리는 머리카락 같은 디테일이 뭉개지지 않고 버텨줄지가 관건입니다. 아울러 언리얼 엔진을 비롯한 기존 거대 VFX 툴들이 유사한 뉴럴 리라이팅 기능을 자체 탑재하기 시작하면, 7명 규모의 신생 팀이 기술 격차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출처 (1)
- techcrunch.com(새 탭에서 열림)원문techcrunc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