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로비단체 ARI 출범: "금융·원자력 규제 차용해 AI 통제해야"
초당적 옹호 단체인 ARI가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워싱턴이 AI를 규제할 줄 모른다는 실리콘밸리의 주장에 반박하며, 금융, 사이버 보안, 원자력 등 기존 산업의 검증된 안전 규제 모델을 AI 거버넌스에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실리콘밸리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코드조차 이해하지 못하면서 혁신적인 기술을 어떻게 규제하겠느냐고 오랫동안 비판해 왔습니다.
하지만 워싱턴 한복판에서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3월 6일 출범한 초당적 옹호 단체인 '책임 있는 혁신을 위한 미국인들(Americans for Responsible Innovation, 이하 ARI)'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합니다. AI 규제를 위해 바퀴를 처음부터 다시 발명할 필요 없이 금융, 사이버 보안, 원자력 발전에서 이미 검증된 규제 틀을 빌려오면 된다는 것입니다.
은행과 원전 규제에서 빌려오는 AI 통제법
ARI는 전직 연방 하원의원이자 육군 차관을 지낸 브래드 카슨과 기술 창업가 에릭 가스트프렌드가 공동 설립했습니다.
카슨은 국방부 재직 시절 AI가 전쟁의 양상을 바꿀 것이라 직감했지만, ChatGPT의 등장을 보며 민간 영역에 미칠 파급력에 비해 의회와 행정부의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습니다.
자문단에는 스탠퍼드 디지털 경제 연구소의 에릭 브린욜프슨 소장과 전 연방 통신정보청 대행 다이앤 리날도 등 굵직한 인사들이 합류했습니다.
ARI의 제안은 철저하게 다른 고위험 산업의 안전장치를 차용하는 데 집중합니다.
회계 감사 투명성을 위해 설립된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를 본떠 'AI 감사 감독 위원회'를 신설하고 모델 감사 절차를 검증하자는 안이 대표적입니다.
컴퓨팅 자원 접근에 대해서는 금융권의 고객확인제도를 도입해 미국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용해 거대 AI를 학습시키는 주체를 엄격히 제한하자고 주장합니다.
공급망 관리에는 냉전 시절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을 벤치마킹한 민주주의 국가 중심의 'AI 공급국 그룹' 창설을 제안했습니다.
이 밖에도 사이버 보안 분야의 사고 보고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하고,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예산을 대폭 늘려 실질적인 총괄 기구로 키워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술 로비와 예산 삭감이라는 현실의 벽
카슨은 의약품, 항공기, 은행, 원자력 발전소가 각기 다른 특성을 지녔듯 규제 도구 역시 AI에 맞춰 유연하게 변형해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빅테크는 상업적 이해충돌이 심해 공공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의회를 통과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매우 높습니다.
미국 의회는 역사상 소프트웨어나 디지털 플랫폼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단 한 번도 통과시킨 적이 없습니다.
막강한 빅테크 로비 조직은 물론이고, 수년간 규제를 피해 온 플랫폼 출신 인사들이 AI 스타트업에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더욱이 핵심 규제 기관으로 지목된 상무부는 올해 연방 예산 삭감을 앞두고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
이러한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할 경우 개발자와 스타트업이 마주할 진입 장벽은 즉각 높아집니다.
금융권 수준의 고객확인제도가 클라우드 인프라에 적용되면 고성능 GPU를 임대해 독자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마다 까다로운 신원 검증과 보안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이는 자본력이 부족한 소규모 팀의 규제 준수 비용을 크게 늘릴 수 있습니다.
산업 전반으로 보면 ARI의 접근법은 기존 논쟁의 흐름을 바꾸는 영리한 시도입니다. 의회에서 수년이 걸릴 독자적인 AI 법안을 새로 만들기보다,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 틀 안에서 검증된 규제 도구를 기존 부처에 빠르게 이식하는 지름길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방식에 본질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봅니다. 물리적 형태와 위치가 분명한 원자력 설비나 금융 자산과 달리, AI 모델 가중치와 코드는 국경을 넘어 순식간에 복제되는 디지털 자산입니다. 소프트웨어를 농축 우라늄처럼 다루려 든다면 해외 확산은 막지 못한 채 자국 스타트업의 혁신 속도만 늦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출처 (1)
- axios.com(새 탭에서 열림)원문axios.com